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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담 Jul 10. 2023

행복요양원 그 여자

고백

행복요양원 그 여자  


        

세월의 속도에 체해서 노랗게 물들어 구급차에 실려 간 여자, 

네 살 함박웃음으로 하루 다섯 번씩 밥을 먹는 여자, 

텔레비전에서 걸어 나온 배우들과 악을 쓰며 싸우는 여자, 

종일토록 휴지로 실을 꼬아 상처 난 기억의 조각들을 꿰매는 여자, 

언제나 왼쪽으로만 도는 고장 난 시간 속을 헤매는 여자, 

점점 인생이 짤막하게 요약되는 여자, 

내가 버린 그 여자. 

    

오늘도 안개 자욱한 그곳에서 성모마리아와 부처의 도움 없이도 서늘한 원망을 지우고, 하얗게 흘러나오는 찬송가 소리 맞춰 윤회를 거듭하는 여자가 있다. 이제 그 여자의 부재가 일상적으로 익숙해지고, 언제 그 여자를 버렸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닭들도 울지 않는 잊혀진 아침, 행복요양원 그 여자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길 위에서 새벽안개를 쓸고 있는 텅 빈 그림자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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