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벼락 치듯 오는 사랑이
한 번쯤 그리운 날이 있다
본적도 없는 그대 생각이
언 강 밑으로 흐르고
주인 없는 암자의 기다림도 없이
눈 덮인 뱀사골처럼 사무치는 날이 있다
첫눈 같은 입맞춤이 없어도
연하봉에 안개 자욱하고
함박눈이 내리지 않아도
대성골 계곡에서 묵묵해지는 날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은 날이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집 떠난 반란의 새벽녘처럼
가슴 한 켠에
눈보라만 몰아치는 날이 있다
삼백 년간 저 산을 지켜오던 화엄사 올벚나무도
벼락 치듯 오는 사랑이
한 번쯤
그리운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