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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담 Jun 23. 2023

지리산 상사화

그리움

지리산 상사화 


         

벼락 치듯 오는 사랑이

한 번쯤 그리운 날이 있다

     

본적도 없는 그대 생각이

언 강 밑으로 흐르고

주인 없는 암자의 기다림도 없이

눈 덮인 뱀사골처럼 사무치는 날이 있다  

   

첫눈 같은 입맞춤이 없어도

연하봉에 안개 자욱하고

함박눈이 내리지 않아도

대성골 계곡에서 묵묵해지는 날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은 날이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집 떠난 반란의 새벽녘처럼

가슴 한 켠에

눈보라만 몰아치는 날이 있다   

  

삼백 년간 저 산을 지켜오던 화엄사 올벚나무도

벼락 치듯 오는 사랑이

한 번쯤 

그리운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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