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담 Jul 28. 2023

나는 나쁜 시를 쓰고 있었다

고백

나는 나쁜 시를 쓰고 있었다 



         

골방의 새로운 계절들이 그것을 말해 주었다  

   

가난한 노동이 버거운 여자 옆에서

사랑과 나눔을 노래하고 있는 것

젊고 어리숙한 절망들 앞에서

대형서점 매대에서 죽어가고 있는

희망과 위안들을 복제하고 있는 것

나는 나쁜 시를 쓰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도 별들이 보이지 않아 눈물이 난다   

  

주저앉은 낙타는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으로 사라지고

대신 짐짝을 짊어진 세월이 힘겹게 산을 오른다

뒤를 덮친 산그늘에도 나는 죽지 못했다

죽지 못해서 슬펐던 나는

계속해서 나쁜 시를 쓸 것이다

     

퀭한 눈을 한 새벽이 그것을 말해 주었다 


    



이전 08화 지리산 상사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