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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담 Jun 12. 2023

사모곡

그리움

사모곡


          

당신 떠나시던 날

이른 새벽보다 먼저 따라나선 풍경소리에

세상 모든 말들이 지워집니다

말을 잃은 텅 빈 머리 속으로

바람이 불고

눈가에 아슬아슬 달려있던 이슬들이

스르르 떨어져 내리네요

미안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당신 떠나시고

낡은 옷장 속에서

당신이 이 세상에서 누려온

가난과 아픔과 외로움을 꺼내어

뒤척이는 이 밤에 태우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먹먹해진 시간 속으로

강물이 흐르고

이제 흐릿하게 아침이 오면

당신 없는 세상에서

한 방울 눈물이 될 그리움도

못내 흘려 보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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