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당신 떠나시던 날
이른 새벽보다 먼저 따라나선 풍경소리에
세상 모든 말들이 지워집니다
말을 잃은 텅 빈 머리 속으로
바람이 불고
눈가에 아슬아슬 달려있던 이슬들이
스르르 떨어져 내리네요
미안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당신 떠나시고
낡은 옷장 속에서
당신이 이 세상에서 누려온
가난과 아픔과 외로움을 꺼내어
뒤척이는 이 밤에 태우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먹먹해진 시간 속으로
강물이 흐르고
이제 흐릿하게 아침이 오면
당신 없는 세상에서
한 방울 눈물이 될 그리움도
못내 흘려 보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미 늦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