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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담 May 22. 2023

해질녘의 단상

고백

해질녘의 단상 


         

물에 빠진 사람의 지푸라기가 되어본 적 없습니다 

    

땡볕에서 밭매는 농부의 그늘이 되어준 적 없습니다

     

아침을 열고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새벽이 되도록 내 편이 없어 울고 있는 가난한 여인을 안아주지 않았습니다  

   

숲 낮은 그늘에 가려져 있는 질경이와 씀바귀를 밟고 지나갔습니다 

    

종일토록 하늘 한번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도 저에게 십자가를 짊어지게 하신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절벽이 되어 지냈습니다     


이 밖에도 생각지 못한 모든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남은 생이 붉은 노을로 흘러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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