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Oct 29. 2024

벗어나고 싶은 마음


집에 오는 길, 두 가지 생각이 나를 붙잡았다.

‘등록금, 그리고 미래.’ 

대학원 생각이 갑자기 찾아오니, 제일 먼저 돈이 문제였다. 지금 다니고 있는 영화사에서 받는 돈은 용돈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간과 돈, 두 가지 모두 부족했다. 회사에서는 시간이 넘쳐 흘렀지만, 그 회사는 김포공항 옆,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활주로 옆에 있었다.


학교는 북한산 아래에 있었고, 이동 시간만 두 시간은 걸릴 터였다. 팀장은 형평성을 내세우며 야간 수업도 안 된다고 했다. 퇴근 후나 연차를 써서도 안 된다는 말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처럼 들렸다. 돈도 문제였지만, 팀장의 태도는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갔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 관심도 없던 친환경 디자인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고민했을까. 회사에서 남는 시간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엔지니어 선배의 응원이 나에게는 힘이 되었다. 그때는 우울함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갈망이 함께 있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이 꺼려졌다. 돈 이야기가 될까 두려웠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내가 부모에게 돈 얘기를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길어졌다. 아버지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등록금 정도는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영화사에 다니는 것을 불안하게 보셨던 것 같다. 별말 없이 다니고 있어 그냥 두신 것이었다. 긴 인생에서 이 직장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고, 친환경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한참을 울었다. 서른이 다 된 나, 나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까.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아온 걸까. 


다음 날, 그동안 작업했던 것들을 다 꺼내 보았다. 대학원 면접 준비를 위해, 내가 했던 작업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디자인을 한 게 아니었다.

그저 어설프게 작가 흉내를 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전 05화 지루함 속의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