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반란

5-2

by 심색필 SSF

“그럼 뭐 해? 빨리 커피 다 갖다 버려야지.”

“잠시만요. 커피를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요.”

“미쳤어? 커피가 우리를 또 언제 저렇게 만들지 모른다며?”

“이곳에서 평생 살 생각이에요?”

“뭐?”

“언젠가는 이곳을 나가야 할 거예요. 그때 놈들 눈을 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미끼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커피는 우리를 사지로 내몰 수 있는 원료이자 우리를 좀비에게서 벗어나게 해 줄 무기였다.


“여기 앞에 있던 놈들까지 저 멀리 퍼진 커피 향을 맡고 사라졌어요. 저건 우리한테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무기라고요.”


문을 부서져라 치던 녀석들도 저 멀리 퍼지는 커피 향에 취해 어느샌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어져 있었다. 그들이 그런 아수라장에서도 카페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을 보아 눈앞에 아른거리는 시각보다 굉음이 들리는 청각에 훨씬 더 격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소리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후각이었다. 진한 커피 향을 맡을 수 있는 세심한 후각. 공기 중에 퍼진 비냄새를 구별하는 듯 그들은 작은 입자로 퍼져있는 커피 향에 귀신같이 반응했다.


-쾅! 쾅! 쾅! 쾅! 쾅! -


“일단 저분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커피 향으로 좀비들의 정신이 분산되어 있었지만 실외기에 묶여 계속해서 버둥대는 좀비가 된 은비가 문제였다. 몸부림으로 실외기와 벽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그녀의 소리는 결국 좀비들을 다시 이곳으로 불러들일 것이 뻔했다.


-쾅! 쾅! 쾅! 쾅! 쾅! -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있는 커피에 얼굴을 박은 채 피를 흘리며 커피가루를 흡입하던 녀석들은 커피가 사라지자 점점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실외기를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떨어트리자고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이고 싶습니까?”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듯한 어린 아영이 울먹거리면서 입을 열었지만, 그 말에 대답을 한 건 다름 아닌 교수님이었다.


“아니. 아저씨는 끼지 마세요. 우리가 살려줬잖아요. 그런데 살려준 우리를 왜 죽이려고 해요?”

“마음 아픈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젊은 아가씨도 저렇게 되기는 싫잖아요.”

“그래도... 굳이 우리 손으로 떨어트릴 필요는 없잖아요.”

“아까 좀비들이 문 두드리는 거 못 봤어요? 녀석들은 소리에 민감해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두두두두두.-


역시나 그들은 우리에게 고민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옥상을 향해 뛰어 올라오는 그들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고 울먹거리는 아영이의 말을 우리는 외면했다. 실외기에서 버둥거리는 그녀를 풀어 바닥으로 던지려 하자 아영이는 실성한 듯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잠깐만... 잠깐만요... 언니가 살려 달라고 소리 치잖아요.”

“무슨 소리예요? 입에 수건 물려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 안 보여요?”

“무슨 소리예요? 지금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데?”


아영은 계속해서 은비가 자신을 살려달라 소리치다 했지만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귓가에 울리는 좀비들의 발소리가 훨씬 더 두렵게 느껴질 뿐이었다.


“안돼! 안돼!”

“진정해. 아영아. 떼쓰고 소리친다고 해서 달라질 거 없어. 은비 언니 안 보내주면 우리가 저렇게 된다고!”


혜린과 지혜가 어떻게든 아영을 진정시키는 사이 나는 희철과 대훈과 함께 그녀를 떨어트릴 준비를 마쳤다.

“미안하다. 마지막까지 못 해줘서.”


희철은 눈을 감고 대훈과 함께 그녀를 건물 밖으로 던졌다.


“안돼!”


-쿵!-

-키에에에엑!-


그녀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깨져버린 토마토소스 병처럼 새빨간 피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그 광경보다 훨씬 더 소름 끼쳤던 장면은 소리만 듣고 멀리서 달려오는 수많은 좀비 떼였다. 곳곳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바퀴처럼 우르르 달려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으흐흑. 언니... 언니...”

“제발... 그만 울어. 아영아.”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아영을 사람들이 와서 달래주었지만 눈물을 삼키는 그녀의 감정까지는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은비의 사체 위로 몰려든 좀비들을 보다 희철은 이내 고개를 숙였다. 대훈도 고개를 돌려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키에에에엑!-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듯 한 기괴한 울음소리가 밤새 하늘을 떠돌았다. 고개를 돌린 희철과 대훈도, 아영이를 안아주던 여자들도, 충격적이 장면에 망연자실한 듯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은 교수님과 영수도 모두 넋이 나간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감정은 은비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나 괴로움이 아니었다.


“시발... 진짜 좆같네.”


언제 자신도 그런 모습이 될지 모른다는 압박감. 껍데기만 살아남은 채 언제든지 사람을 향해 이빨을 들이미는 괴물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배당해 있었다.


“박사님. 커피가 봉인당한 악마에게서 태어난 열매라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실 수 있으세요? 다른 가설이 있을 가능성은 아예 없는 건가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인과적으로도 그렇고 너무나 단서들이 명확하니까.”

“그래도 공백의 시간도 너무나 길고... 변수가 너무 많지 않나요?”

“변수라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우연도 너무나 많지. 왜 하필 사탄을 형상화 한 염소가 커피 열매를 가장 먼저 먹었을까? 예수에게 구원받았다는 양이 아닌 벌을 받는 자로 칭해지는 염소가?”

“그거야 순전히 운 아닐까요? 칼디가 커피를 발견한 것도 염소가 우연히...”

“그렇지 그 운. 그런데 그 운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불완전한 단서들이 나오지. 불완전한 단서는 사학자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복원할 수 있는 단서입니다.”

“불완전한 단서지만 그 단서들이 연결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복원한다. 커피열매를 발견한 염소 목동 칼디. 신의 말을 이행하기에 당시에 더더욱 그 발언이 중했던 수도원의 번복. 오벨리스크 타워의 기록. 이건 그냥 운이 아니야.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달콤한 유혹들에 현혹된 인간이 만든 역사인거지. 인간이 만든 사건에 공포, 불안감, 유혹, 배신이 들어가 있다면 그건 높은 확률로 전설이 아니라 역사일 걸세. 인간은 두려움 앞에 한 없이 나약해지기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이제야 니콜라스 박사님의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딸을 불에 태운 왕의 모습도, 감염된 동료를 옥상에서 던진 우리의 모습도. 그저 두려움에 빠져 이성적이라는 판단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가장 비겁한 선택을 한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다. 악마보다 더 사악한 인간. 그게 우리였다.


Firefly_A Korean woman in her early 20s with a devilish appearance is drinking coffee. 961054.jpg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10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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