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보는 풍경

나에게 적합한 등산이란?

by 심색필 SSF

최근 들어,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다 다시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날씨란 게 어떻게 보면, 사람에게 적응기간이란 걸 주는 것 같다. 급하게 추워졌다가, 서서히 대기를 포근하게 이 시간이 어떻게 보면 ‘곧 추워질 거니까 준비해.’라고 말하는 듯 변덕을 부리는 듯하다. 날씨가 우리에게 주는 이 환절기라는 준비기간이 어떻게 보면, 등산을 하거나 밖을 거닐기 생각보다 좋은 날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개성을 풍기는 여름과 겨울에 비해서 선선한 가을과 따뜻한 봄이 주는 온도의 색채가 훨씬 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래서인가, 나도 최근에 아는 지인들과 함께 아침 산행을 타고 왔다. 초보자 코스인 아차산 – 용마산 코스를 다녀왔는데, 같은 산을 타면서도 모두 다른 표현과 행동을 취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리뷰하는 모습과 너무도 흡사한 느낌이었다. 힘들어하는 사람, 운동량이 부족해서 뛰어다니는 사람, 선크림을 바르지 못해 걱정하는 사람, 내려가서 막걸리 한잔할 생각에 더 신이 난 사람, 산을 타는 것보다 사진 찍기에 더 열중인 사람까지. 산 하나를 타면서도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 각기 달랐다. 산은 그 자리에서 1년 365일 가만히 있는데,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의 차이가 마치 일상생활의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서 가장 적합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가만히 있는 산을 바라보면서도 느끼는 바와 원하는 점, 아쉬운 점이 이렇게 많은데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건 얼마나 어려울까? 돈을 낸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와 제품에는 그들이 원하는 욕망이 어느 정도 맞춰져야 할 텐데. 음식은 맛있으면서도 특색이 있어, 항상 가고 싶게 만들어야 하고, 제품은 튼튼하면서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고성능을 맞춰야 하며, 서비스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줄 뿐 아니라 불편함이 해결되었다는 만족감까지......


마치 가만히 있는 샌드백을 치다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10년 치 베테랑 복싱선수와 스파링을 하는 느낌일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가만히 있는 샌드백을 치는 것 자체도 버거워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사회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면 수많은 강자들이 이제 갓 줄넘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수도 없이 스파링 신청을 해오는 것 만 같다. 하면 안 되는 것들, 해야 할 것들, 해내야만 하는 것들, 그들의 원하는 것들, 그리고 새로운 것들까지. 한 번씩 너무하다고 생각이 들 때, 가만히 있는 산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오르기 힘든 것이 산이지만 이 산이 매일매일 모양을 바꾸는 존재였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강원도로 가는 수많은 길들은 1주일에 한 번씩 공사를 해야 하고, 내비게이션은 훨씬 더 빠르게 지형을 확인해야 했을 거다. 마치, 풍향과 풍속, 파도와 조류를 모두 확인하는 바다 위의 레이더처럼. 집값은 모두 평준화되었을 거고, 흔들리는 지형 위에서 유연하게 살 수 있는 거주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까? 최근에 뜨고 있는 해상도시나, 아마존에 사는 수상가옥 원주민들과 비슷한 형태의 집이 줄줄이 펼쳐있지 않을까? 뭐 나름대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긴 했겠지만, 지구 전체가 바다 같지 않다는 것에 어떻게 보면 감사할 따름이다.


다양한 환경일수록 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텐데. 어떻게 보면, 4계절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 대한민국은 이미 다양한 ‘니즈’와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DNA가 구성되어 있는 거 아닐까? 상황마다 다르지만, 이런 다양한 의견과 시각이 나오는 것이 좋다가도 한 번씩은 ‘너무 원하는 게 많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판단하고 평가하는 수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변화가 많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닌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것들이 4시 4 철 심지어는 훨씬 더 많은 색채를 풍겨내는 산처럼 시시각각 바뀌어지는 건가? 말하다 보니,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제품을 구매하고 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생각해보면 크게 정해진 답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냥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가 가장 맞는 말이 아닐까 싶어 오늘도 쓸데없는 소리를 끄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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