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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n 06. 2021

한류와 관광

– 지속 가능한 한류와 한류 관광

BTS의 인기가 뜨겁다.


빌보드 어워드 4관왕 소식에 신곡 ‘Butter’는 유튜브에서 최단 시간 1억 뷰를 기록하며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의 1위를 차지했다.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환호의 순간이 다시 떠오른다. 대단한 일이다. BTS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가수 정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팝스타 반열에 당당하게 섰다. K-팝을 넘어 이미 주류에 들어선 것이다.     


2020년은 문화예술 분야 저작권의 무역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한류의 위력 덕분이다. BTS를 비롯한 K-팝,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국 대중문화와 문화 선진국의 상품을 열심히 수입만 한 것 같은데 어엿한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다만 지적재산권 전체로는 2조 원 넘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인터넷과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문화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은행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한류는 관광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국관광공사의 <한류 관광시장 조사연구>(2019)에 의하면 2018년 한류 관광객은 855만 명으로 전체의 55.3%를 차지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한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관광을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친 주요 한국문화는 한국음식(28.8%)과 K-팝(26.3%)이었다. 한국의 드라마(15.9%)와 뷰티(11.0%), 패션(4.1%)이 뒤를 이었다.

 

한류 관광객은 일반 외래객과 비교해서 충성도가 남다르다. 


재방문 비율이 높고 여행할 만한 나라로 다른 사람에게 한국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한류 스타에 대한 개인 선호도가 높아 국가 간 정치나 외교 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이들은 ‘가치 소비’ 경향이 있어 평소에는 실속을 추구하라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패키지여행보다는 친구와 함께 여행하고 좋아하는 곳을 집중 방문하는 소신파이기도 하다.      




한류는 1990년대 후반 한국 중문화의 해외 진출과 함께 시작되었다.


어언 20여 년이 흘렀는데, 과연 한류는 얼마나 오래갈까? 명쾌한 답은 없다. 결국 우리 하기 나름일 테니까. 역사를 돌아보면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화현상이 유행을 타다 사라지곤 했다. 여전히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문화강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나라도 있다(물론 예전 같지는 않지만). 태양과 정열이 상징하는 스페인 문화도 독특하고 강렬하다. 중남미 스페인어권 드라마인 ‘텔레노벨라’는 1950년대에 시작하여 라틴 아메리카의 독자 문화권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일본도 19세기 유럽에 열풍을 일으킨 '자포니즘'의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만화 애니메이션 시장의 강국으로 군림한다. 영화시장의 경우, 프랑스의 예술영화, 1970~1990년대의 홍류(홍콩 누아르). 인도의 발리우드 등 시대를 풍미한 다양한 조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를 넘어 현재까지, 세계의 문화판을 지배하는 건 미국의 대중문화가 아닐까 싶다. 할리우드의 아성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에 가깝다. 할리우드는 끊임없이 변신하며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기본적으로 자본과 인재, 선진 시스템이 기반을 놓았다. 결정적으로는 자신들 내부만이 아니라 전 세계 지역과 민족, 역사와 과거에서 얘깃거리를 찾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우 <알라딘>은 아라비아 중동, <뮬란>은 고대 중국, <라푼젤>과 <미녀와 야수>는 독일과 프랑스의 동화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들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영역과 경계를 무한 확장했고, 미국산이지만 글로벌 대변자, 지구 방위대를 자임했다. 물론 바탕에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인 ‘아메리카니즘’이 깔려 있다. 미국 우선주의, 특히 백인 우월주의는 할리우드 시상식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된 이슈다. 이런 장벽과 차별을 이겨내고 영화 <기생충>과 배우 윤여정은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핵심이다. 


성공에 안주해 같은 패턴의 작품이 반복되면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홍콩 누아르가 ‘그 나물에 그 밥’ 영화를 찍어내다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과 함께 세계 영화시장에서 존재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새겨볼 일이다. 그해 1997년 초연한 <난타>가 성공하자 국내에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 붐이 일었지만 지금 공연되는 작품은 전무하다. 비슷한 작품들이 과다 경쟁하면서 비언어극 시장 자체의 쇠퇴를 불렀다. 중국인 관광객 중심의 제한된 시장에 의존한 결과 한한령(限韓令)이라는 2차 파도를 만났고, 코로나19라는 직격탄에 쓰러지고만 것이다.      


결국 차별화된 콘텐츠가 최우선 과제다. 산업 환경과 인프라, 유통과 마케팅, 제도와 정책은 이를 끌어내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우리 것을 담되 세계가 공감할 만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 곳곳에서 창작의 소재를 끌어오면서도 우리의 방식, 우리의 색깔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K-팝의 진화는 희망을 준다. 한국 기획사들이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출했던 1세대, 해외 인재를 영입했던 2세대를 넘어 이제 해외 각지에서 K-팝 그룹이 기획 배출되는 'K-팝의 현지화'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한류가 지속되면 한류 관광이 활발해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지속 가능한 한류를 꿈꾸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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