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은 나

그 여름 마지막 여행

by 은빛루하

그 여름,

바닷가는 비바람이 불어 세찬 파도가 일었다.


우산이 날아갈 듯 두 손으로 꼭 부여잡고

비를 뚫고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2층, 창이 넓게 나 있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젖은 옷자락을 털며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던 그 카페엔

잠시 적막이 머물렀다.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같이 떠난 여행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참 자연스럽고 좋았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나는 동해 끝자락,

빨간 등대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

함께 가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 거절은

내 마음에 대한 대답이었겠지.


그의 침묵이 마음에 박혀

그저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파도소리가 웅웅 거리는 그 바닷가를 그는 떠났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흩뿌리던 비는 어느새 멈췄고,

버스는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달렸다.


도착한 곳은

빨간 등대가 외롭게 서 있는 작은 항구.

해 질 녘의 그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는 혼자 그 풍경 속에 섰다.


이별이란,

내 마음에 살고 있던 사람과

조금씩 멀어지는 일일 텐데


왜 이렇게도

좀처럼 멀어지지 않는 마음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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