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육아 여행, 페루 마라스(Maras)
아이와 페루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거기 가서 어떻게 일정을 짤까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사실 딱 도움이 될 만한 정보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아마도 3살 아이를 데리고 남미 여행을 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일 거다. 블로그나 인스타를 봐도 대부분 대학생 배낭여행족이거나, 허니문으로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신혼부부들의 후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아이와 여행을 하기 위해 여정을 짤 땐 가고 싶은 곳과 갈 수 있는 곳을 잘 분간해야 되는데, 특히나 이번 페루 여행은 정보가 많이 없으니 그 작업을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린 가기 전에 정답 없는 고민 하지 말고, 현지 호텔에 도착해서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쿠스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작은 여행사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린 그중에서 가장 깔끔해서 마음에 드는 곳을 들어갔다. 마추픽추는 우리끼리 가기로 이미 기차 티켓을 예매해놓았으니 그 곳외에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볼 수 있을지 물어봤다. 여행사 직원은 쿠스코 근교 도시 여행을 추천했는데 하루짜리 여정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단체 관광은 저렴하고 더 많은 장소를 가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우리는 아이 낮잠 시간도 고려해야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는 걷는 속도도 분명 느릴 것이기 때문에 개별 투어를 신청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모든 걸 예약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라면 그래야겠지만, 만약 쿠스코에서는 미리 신청을 하고 떠나지 못했다하더라도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쿠스코 시내에 있는 수 많은 여행사에서는 당장 오후에라도 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쿠스코 근교 투어를 떠나기로 한 날 아침, 호텔 앞에는 예약해놓은 투어 가이드 분과 운전기사분이 일찍 도착해있었다. 자동차는 작지만 꽤 최신 모델이었고 내부도 깨끗했다. 페루 여행하면서 항상 느낀 거지만, 이 나라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 못한 나라지만 그 어디서도 빈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항상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거리 간판을 보더라도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이 날 우리가 탄 가이드 차도 마치 일본 택시를 탄 것처럼 깨끗하게 관리되어있었다.
우린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아침부터 몇 군데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가톨릭 성당으로 쓰이고 있는 잉카인들의 무지개 신전, 직물 공방 등을 둘러본 후, 차는 내가 페루에서 두 번째로 가보고 싶었던 그곳, 마라스로 향했다. 마라스는 안데스 산 위에 있는 소금밭이다. 소금은 바다 염전에서만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산 위에서 어떻게 소금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고 그걸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알프스를 닮은 너른 산 위 평지를 한참 달리니 드디어 마라스 간판이 나왔다. 이 곳은 다른 페루 관광지처럼 정부 소유가 아니라 개인 소유의 땅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를 지나면 이제 계곡처럼 생긴 곳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그림에서만 보던 마라스 염전이다. 구획되어있는 웅덩이마다 뜨거운 태양빛을 하루 종일 내리쬐면서 염전마다 각자 다른 색감의 하얀색 소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산 위에 어떻게 이런 하얀 염전이 있는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신기했다. 잉카 문명 이전 시대부터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안데스 산맥의 어딘가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물이 미네랄이 듬뿍 들어있는 짠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을 이용해 소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가이드는 설명해줬다. 실제로 염전 옆에 산에서 흘러나오는 개울물이 있어 찍어먹어 보니 따끈한 소금 맛 물이었다. 아이도 신기한지 계속 찍어먹어 보면서 "에구, 짜!"했다. 바다 염전보다 이 수상한 안데스 소금밭을 먼저 만나본 아이는 어쩌면 소금은 산에서 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뭐, 틀린 건 아니니.
염전 바로 옆에서는 이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을 팔고 있었다. 이미 소금물에서 그 맛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안데스 산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으로 김치를 담가보면 무슨 맛일까 문득 궁금해져서 두 봉투를 사서 나왔다. 안데스 산맥의 뜨거운 태양이 그리워지는 날, 이 소금으로 김치를 담가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