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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y 29. 2018

안데스 산꼭대기 수상한 소금밭

아이와 육아 여행, 페루 마라스(Maras)

아이와 페루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거기 가서 어떻게 일정을 짤까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사실 딱 도움이 될 만한 정보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아마도 3살 아이를 데리고 남미 여행을 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일 거다. 블로그나 인스타를 봐도 대부분 대학생 배낭여행족이거나, 허니문으로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신혼부부들의 후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아이와 여행을 하기 위해 여정을 짤 땐 가고 싶은 곳과 갈 수 있는 곳을 잘 분간해야 되는데, 특히나 이번 페루 여행은 정보가 많이 없으니 그 작업을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린 가기 전에 정답 없는 고민 하지 말고, 현지 호텔에 도착해서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미리 고민할 필요 없는 쿠스코 근교 여행 현지 예약하기


쿠스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작은 여행사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린 그중에서 가장 깔끔해서 마음에 드는 곳을 들어갔다. 마추픽추는 우리끼리 가기로 이미 기차 티켓을 예매해놓았으니 그 곳외에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볼 수 있을지 물어봤다. 여행사 직원은 쿠스코 근교 도시 여행을 추천했는데 하루짜리 여정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단체 관광은 저렴하고 더 많은 장소를 가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우리는 아이 낮잠 시간도 고려해야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는 걷는 속도도 분명 느릴 것이기 때문에 개별 투어를 신청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모든 걸 예약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라면 그래야겠지만, 만약 쿠스코에서는 미리 신청을 하고 떠나지 못했다하더라도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쿠스코 시내에 있는 수 많은 여행사에서는 당장 오후에라도 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쿠스코 근교에서 갈 수 있는 주변 여행지들.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유모차로 갈 수 있거나 걷기 편한 곳 위주로 개별 스케쥴을 짜준다.


쿠스코 근교 투어를 떠나기로 한 날 아침, 호텔 앞에는 예약해놓은 투어 가이드 분과 운전기사분이 일찍 도착해있었다. 자동차는 작지만 꽤 최신 모델이었고 내부도 깨끗했다. 페루 여행하면서 항상 느낀 거지만, 이 나라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 못한 나라지만 그 어디서도 빈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항상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거리 간판을 보더라도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이 날 우리가 탄 가이드 차도 마치 일본 택시를 탄 것처럼 깨끗하게 관리되어있었다.


파란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쿠스코의 파란 페인팅
여느 유럽 도시보다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쿠스코 시내


산 위에서 만들어지는 태양 소금의 맛


우린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아침부터 몇 군데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가톨릭 성당으로 쓰이고 있는 잉카인들의 무지개 신전, 직물 공방 등을 둘러본 후, 차는 내가 페루에서 두 번째로 가보고 싶었던 그곳, 마라스로 향했다. 마라스는 안데스 산 위에 있는 소금밭이다. 소금은 바다 염전에서만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산 위에서 어떻게 소금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고 그걸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알프스를 닮은 너른 산 위 평지를 한참 달리니 드디어 마라스 간판이 나왔다. 이 곳은 다른 페루 관광지처럼 정부 소유가 아니라 개인 소유의 땅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를 지나면 이제 계곡처럼 생긴 곳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그림에서만 보던 마라스 염전이다. 구획되어있는 웅덩이마다 뜨거운 태양빛을 하루 종일 내리쬐면서 염전마다 각자 다른 색감의 하얀색 소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산 위에 어떻게 이런 하얀 염전이 있는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신기했다. 잉카 문명 이전 시대부터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안데스 산맥의 어딘가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물이 미네랄이 듬뿍 들어있는 짠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을 이용해 소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가이드는 설명해줬다. 실제로 염전 옆에 산에서 흘러나오는 개울물이 있어 찍어먹어 보니 따끈한 소금 맛 물이었다. 아이도 신기한지 계속 찍어먹어 보면서 "에구, 짜!"했다. 바다 염전보다 이 수상한 안데스 소금밭을 먼저 만나본 아이는 어쩌면 소금은 산에서 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뭐, 틀린 건 아니니.


염전 바로 옆에서는 이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을 팔고 있었다. 이미 소금물에서 그 맛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안데스 산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으로 김치를 담가보면 무슨 맛일까 문득 궁금해져서 두 봉투를 사서 나왔다. 안데스 산맥의 뜨거운 태양이 그리워지는 날, 이 소금으로 김치를 담가보아야지.





아이와 함께 남미 여행기


1. 우린 정말 마추픽추에 갈 수 있을까

2. 잃어버린 공중도시를 만나러

3. 드디어 아이와 마추픽추에 오르다

4. 안데스 산꼭대기 수상한 소금밭

5. 안데스 산맥의 옷짓는 여인들

6. 페루 알파카 스웨터에 대한 추억 

7. 쿠스코? 쿠스코!

8. 페루의 태양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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