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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y 27. 2018

아이와 함께 마추픽추를 만나러

아이와 페루 마추픽추 여행하기

페루 여행을 떠나기로 호텔과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뒤에 나의 고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도대체 이 아이를 데리고 페루를 가려면 몇 대의 예방 주사를 맞아야 되나, 마추픽추에 유모차를 가져갈 수 있을까, 남미는 무서운 모기가 있다던데... 그래서 우린 예약하기도 힘든 미국 병원을 3번이나 방문해서 필요한, 아니 필요할지도 모르는 예방 접종을 몇 대나 맞았다. (다행히 3세 아이는 태어나서 예방 접종을 다 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필요하지 않았다) 이 뿐 아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내가 아마존에서 주문한 호들갑 리스트를 보면 손 세정제 한 박스, 모기 퇴치 스프레이 한 박스, 컵라면과 햇반, 등산화 등이 집 한쪽에 쌓여있었다. ‘남미는 비행기 짐 부치기가 어려우므로 가방을 딱 한 개로 제한하자’는 남편의 더한 호들갑 덕분에 결국은 모두 다 집에 두고 왔지만.


새벽 마추픽추로 오르는 첫 관문, 포로이 기차역



쿠스코 셋째 날, 드디어 마추픽추를 가기로 한 날이다. 새벽 4시 반, 호텔에서 1등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전날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Poroy 기차역으로 갔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우린 가장 보편적인 페루 레일을 타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가 여행을 떠난 5월은 건기에 해당되는 시기였다. 우기인 11-4월 사이에는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직행하는 열차가 없어 다른 기차역까지 2시간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간 후에야 기차를 탈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걸 알고 온 건 아니지만, 우린 기차 한 번으로 쭉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새벽 5시에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이미 배낭을 메고 마추픽추에 오르는 꿈에 부풀어있는 사람들이 기차역에 가득 모여있었다. 페루에서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타는 기차가 따로 있어서 이 날  이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은 모두 이 곳에 여행을 온 사람들. 분위기는 마치 축제 들어가기 전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들떠있었다. 마침 기차역에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 나올 법한 페루의 전통 음악 연주가 나왔는데, 그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고산지대인 쿠스코, 마추피추는 일교차가 심해서 5월인데도 이른 아침엔 겨울옷, 대낮엔 한여름 옷이 필요하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이국적인 파란색 페루 레일 기차는 포로이 역을 떠나 쿠스코를 향해 출발했다. 기차는 3시간 반 동안 70km 덜컹덜컹 안데스 산맥 사이를 달린다. 사실 달린다는 표현보다는 경보를 하는 것에 가깝다. 어렸을 적 부산 이모집에 놀러 갈 때 타던 비둘기호(?) 정도의 속도가 이 정도였을까. 마추픽추에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하던 걱정은 승무원 언니가 기차에 올라탄 아이에게 그림책과 색연필을 선물해주는 순간 사라졌다. 수요가 꾸준히 있으니 이런 것도 만드는 거겠지.


마추픽추를 주제로 한 색칠공부 책과 색연필을 선물로 준다.


페루 레일 기차는 창문이 옆뿐만 아니라 위에도 뚫려있어 가는 내내 펼쳐지는 아름다운 안데스 산맥 풍경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와이파이가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한 번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가는 중에 우리나라 KTX처럼 승무원들이 커피와 쿠키를 주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커피 맛이 좋았다. 더 원하는 것이 있으면 기차 칸 한쪽에 있는 매점에 가서 음료나 간식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안데스 산맥의 놀라운 풍경이 점점 눈에 익숙해지고, 커피가 식어갈 때 쯤, 드디어 마추픽추 역에 도착하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마추픽추역에 근접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기차역의 사람들은 백 미터 달리기 출발선에라도 선 양 설렘에 달려 나가고 싶어 움찔움찔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종착역에 도착. 우린 기차역에서 내려 마추픽추 정상에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만나러잃어버린 공시, 마추픽추를 만나러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만나러



아이와 함께 남미 여행기


1. 우린 정말 마추픽추에 갈 수 있을까

2. 잃어버린 공중도시를 만나러

3. 드디어 아이와 마추픽추에 오르다

4. 안데스 산꼭대기 수상한 소금밭

5. 안데스 산맥의 옷짓는 여인들

6. 페루 알파카 스웨터에 대한 추억 

7. 쿠스코? 쿠스코!

8. 페루의 태양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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