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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y 28. 2018

드디어 아이와 마추픽추에 오르다

아이와 페루 마추픽추 여행

하늘로 가는 버스


이제 우리를 마추픽추까지 데려다 줄 마지막 수단이 남았다. 바로 마추픽추 전용 버스. 기차역에서 내리면 아구아 깔리엔테(Aguas Calientes)라는 마추픽추 산 아래 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버스 티켓을 살 수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5월 초파일에 산 위에 있는 절에 오르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 같았다.



버스는 마추픽추 정상까지 꼬불꼬불 높은 산길을 올라간다. 이건 그냥 높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천상의 세계를 버스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구름 위를 뚫고 하늘 끝까지 올라갈 듯한 기세로 산을 오르던 버스는 마추픽추 입구에서 우리들을 내려줬다. 사실 그때만 해도 얼마나 더 걸어 올라가야 정상이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버스에 내리면서도 살짝 겁이 났다. 아이가 갑자기 발 아프다고 엎으라고 하면 어쩌지. 그런데 정말 예상외로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그림에서 보던 그 장면이 나타났다. 바로 여기가 마추픽추다.



마추픽추 문을 열기 위한 행운의 열쇠


오전에 산에 오르면 안개가 껴서 마추픽추가 그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되는 경우가 많다던데 운 좋게 우리가 도착했을 땐 산 전체가 맑게 펼쳐져 있었다. 워낙 사진으로 많이 본 마추픽추의 첫인상은 친숙하고 반가웠다. 살면서 이 장면을 단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싶었다. 사실 내 버킷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왜 이 곳이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곳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마추픽추를 실제로 오르는 건 동네 뒷산 정도의 난이도라서 아이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높은 곳 평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라마들은 아이를 정상까지 스스로 오르게 해주는 고마운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잉카인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높은 곳까지 올라와 맹목적으로 무거운 돌을 끌어올리고 마을을 만들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 시대 사람들도 우리들 모습처럼 모두 다 같이 바빠야 한다니까, 모두 다 산 위로 돌을 옮겨야 한다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따라한 거 아닐까, 라는 무식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며 마을을 둘러봤다.



다시 올라왔던 길을 거꾸로 내려가 쿠스코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니, 그제야 큰 숙제를 마친 듯 긴장이 풀렸는지 우리 모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새벽안개를 뚫고 출발했던 쿠스코 포레이 역에 다시 기차가 도착한 시간은 깜깜해진 저녁 7시. 남편과 나는 이제 남은 며칠의 휴가 기간 동안은 아침 알람도 맞추지 말고, 계획도 세우지 말고 푹 쉬기만 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와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하여...


*유모차로는 마추픽추에 오를 수 없다. 모두 계단으로 이뤄졌기 때문. 대신 입구에서 짐을 맡아주는 곳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

*모기 대신 나비가 많다. 약 400종의 나비종이 마추픽추에 있다고 한다. 모기 퇴치제는 딱히 필요 없어 보인다.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자 걸을 수 있고 약간의 모험심이 있는 아이라면 충분히 마추픽추에 함께 갈 수 있다. 곳곳에 있는 잔디 평지엔 방목되어있는 페루 라마를 만날 수 있어서 아이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이와 함께 남미 여행기


1. 우린 정말 마추픽추에 갈 수 있을까

2. 잃어버린 공중도시를 만나러

3. 드디어 아이와 마추픽추에 오르다

4. 안데스 산꼭대기 수상한 소금밭

5. 안데스 산맥의 옷짓는 여인들

6. 페루 알파카 스웨터에 대한 추억 

7. 쿠스코? 쿠스코!

8. 페루의 태양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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