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이와 세계 여행
우리 가족의 다음 여행 목적지는 바로 페루입니다. 페루 중에서도 마추픽추를 가기로 했지요. 사실 이 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은 '버킷리스트'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이유입니다. 최근에 영화 코코를 재밌게 봤거든요. 그래서 왠지 멕시코나 페루 같은 남미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그러다 제 삶의 작은 즐거움이기도 한, 호텔 웹사이트 구경을 하다가 가장 이색적이고 멋져 보이는 곳을 발견했어요. 바로 페루 우루밤바란 마을에 있는 탐보 델 잉카란 호텔이었습니다. 그 주변 추천 관광지를 살펴보니 마추픽추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심지어 호텔 안에는 마추픽추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전용 기차역도 있었지요.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남편과 저는 즉흥적으로 페루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고, 별다른 고민 없이 덜컥 호텔과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어요. 그렇게 우리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은 그 때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이 마추픽추란 곳은 어마어마한 곳이지 뭐예요. 물론 경관도 어마어마하지만, 그보다 가는 여정도 더 어마어마한 곳이더라고요. 여행을 준비하며 제일 먼저 알게 된 사실은 바로 고산 지대라는 점. 웬만한 체력 좋은 어른들도 고산병에 걸려 현기증이 나고 쓰러지거나 산소통을 끼고 지내야 될 정도로 높은 곳이라는 사실이지요. 저희 부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3살짜리 아이를 동반해서 가야 되는 여행이라는 점이에요. 미국에서 출발할 때 고산병 방지 약을 가져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이 약이 고산병을 치유해주지 않는다면 그땐 어떡해야 되나 걱정이 됩니다.
두 번째로 알게 된 사실은 페루에 가기 위해서는 백신을 맞아야 된다는 점이에요. 사실 고산지대로 갈수록 황열병 등의 위험은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 정도 지내며 어디로 이동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필요한 백신은 미리 맡아두는 게 필요하지요. 저희는 아이가 있어서 생각지도 않고 있지만, 바로 옆에 아마존이 있기 때문에 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지난주에는 백신 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고 왔는데, 위생이 좋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A형 간염, B형 간염부터 시작해서 셀 수 없이 많은 백신 종류를 추천하더라고요. 이거 다 맞다가는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아서 일단은 리스트만 받아왔는데, 여행 가기 3주 전에는 다시 가서 필요한 주사를 맞을 예정이에요.
세 번째는 바로 호텔의 위치. 얼마 전에 페루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이 호텔을 얘기했더니, 호텔 자체는 정말 좋지만, 아무것도 없는 산 중턱에 있는 호텔이라 1주일이나 머물기에는 많이 지루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때는 이 호텔이 완전 마음에 들었던 때라 별로 새겨듣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일주일 머물면서 일정을 짜 보려고 하니 바로 근처에 있는 마추픽추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곳이었어요. 아이를 데리고 매일매일 마추픽추를 등반할 것도 아니고, 또 호텔에만 머물기에는 절간처럼 심심할 것 같아서 결국 호텔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페루의 대표적인 도시 쿠스코에 있는 아담한 호텔로 말이지요. 처음에 예약한 호텔만큼 마음에 쏙 드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시 구경도 하고 관광도 하기엔 이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 바꿨습니다. (쿠스코는 원래 예약했던 우루밤바보다 훨씬 더 고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버렸지만 말입니다)
이제 곧 여행 날짜는 다가오는데 어찌 된 일인지 다른 여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생전 하지도 않던 일정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마치 예전에 기자단과 함께 출장을 가듯이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빠지는 준비 없는지 체크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해야 될 일들이 산더미예요. 과연, 우리는 마추픽추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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