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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l 05. 2020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전성기

대서양 시대가 지금 우리에게 말하는 것

<대서양 문명사> 리뷰 시리즈, 앞으로도 계속된다. 


1장. 대서양을 향한 이슬람과 포르투갈의 도전

2장. 15세기 에스파냐의 번영과 몰락

3장. 네덜란드, 국제적 네트워크의 출현

4장. 18세기 유럽 최강자, 프랑스의 등장

5장.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전성기




Q. 대서양의 맹주 자리는 왜 영국에게 넘어갔을까?


18세기 유럽의 최강자였던 프랑스는 결국 대서양의 맹주 자리를 영국에게 내주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에 정착한 영국인의 수는 프랑스인을 압도하는데,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프랑스 영토의 넉넉함과 비옥함에 기인한다. 반면 영국의 영토는 프랑스에 비해 척박했고, 인클로저 운동은 토지를 빼앗긴 영국인들의 해외이주를 부추겼다. 지리적 풍요가 되려 약점이 된 격이다. 또한 영국의 산업혁명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고급품 지향 전략을 취했던 프랑스는 모직의 대량생산을 지향한 영국을 능가하지 못했다. 이러한 기술의 우위는 해양 군사력의 우위로 직결되었다.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를 괴멸시킨 영국 함대는 이후 기술 혁신을 거듭하여 대서양 최강 함대로 자리 잡았다. 결국 문화와 풍요로움으로는 절박함, 그리고 기술의 우위를 뒤집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영국의 산업혁명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기술 발달은 그 무엇보다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산업혁명



Q. 영국은 기존 국가들과 무엇이 다른가? 


영국이 기존의 에스파냐/포르투갈과 가장 큰 다른 점은 무엇일까? 신대륙을 활용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영국이 대서양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노예무역 때문이었다. 에스파냐가 은과 금을 약탈하려고 혈안이 된 것에 비해서, 영국은 삼각 무역이라는 신사업을 개척했다. 당시 사탕수수를 재배, 수확, 가공해서 런던으로 실어 나르는 일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아프리카 노예무역은 더욱 활발해졌다. 그리고 영국이 흑인을 사들이기 위해 아프리카로 운반했던 상품은 면직물이었다. 특히 아프리카 여인들이 무척 갖고 싶어 했던 물건으로서, 이를 미끼로 흑인들을 노예선으로 유인했다. 결국 영국의 면직물을 갖고 아프리카로 가져가 흑인들과 교환한 후 대서양을 횡단하고, 다시 설탕, 담배, 럼주를 가득 싣고 런던으로 돌아오면 엄청난 수업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영국은 새롭고 혁신적인 대서양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기존의 국가들이 대서양을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영국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 애썼다. 어쩌면 후발주자로서 어쩔 수 없었던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서아프리카 노예들의 엄청난 희생과 탄압을 요구했지만.


노예선의 모습


Q. 노예무역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러한 교역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노예무역의 철폐가 이뤄졌다. 앞서 설명한 교역으로 인한 거대 자본은 리버풀과 멘체스터를 비롯한 인근 공업 도시들로 흘러갔고, 산업혁명이 주도한 면직 공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노예무역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영국은 1808년을 기점으로 대서양에서의 노예무역을 불법화하는데 앞장선다. 증기기관으로 노예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며, 이는 당시 증기기관을 장착한 선박이 대서양을 운행할 수 있게 된 시점과 일치한다. 노예무역으로 본 엄청난 수익으로 기술을 발전시켰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노예무역의 철폐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한번 주도권을 쥔 나라가 어떻게 계속 앞서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지금으로 치면 실리콘벨리의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했고, 그로 인해 벌어들인 엄청난 수입으로 AI나 자율주행에 투자하는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추후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저항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떻게 하면 주도권을 가지고 올 수 있을지,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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