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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l 12. 2020

현재 진행형, 초강대국 미국의 탄생

대서양 시대가 지금 우리에게 말하는 것

<대서양 문명사> 리뷰 시리즈, 앞으로도 계속된다. 


1장. 대서양을 향한 이슬람과 포르투갈의 도전

2장. 15세기 에스파냐의 번영과 몰락

3장. 네덜란드, 국제적 네트워크의 출현

4장. 18세기 유럽 최강자, 프랑스의 등장

5장.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전성기

6장. 현재 진행형, 초강대국 미국의 탄생




Q. 미국인은 어떻게 해서 미국인이 되었을까?


미국은 어떻게 지금의 미국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을까? 사실 미국 국민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만, 미국 민족이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인종의 용광로라기 보단 샐러드처럼, 국가라는 소스에 의해 버무려진 다양한 인종, 문화 집단으로 구성된 곳이 미국이다. 보스턴 차 사건을 기점으로 미국의 독립은 만천하에 선포된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최강대국 영국에 의해 밀려난 에스파냐, 네덜란드, 프랑스의 후원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결국 어느 한 곳이 강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여러 곳이 늘 연합한다. 당시 '건국의 아버지들'이 고민했던 것은 "미국적 표준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독자적 군사력유럽과의 거리두기였다. 워싱턴 D.C는 대서양을 등지고 서쪽을 향해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대서양과의 단절과 서쪽으로 팽창을 지향한 당시 미국인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비전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져야 한다. 


워싱턴 D.C는 곧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Q. 영국에서 미국으로 헤게모니가 이전되는 과정은 왜 평화로웠을까? 


앞선 대서양 세계에서 헤게모니가 이전되는 상황은 늘 전쟁을 수반했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은 비교적 평화롭게 헤게모니가 이전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요한 요인은 오랜 세월을 통해 두 국가가 상당 정도 문명적 표준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에는 독일, 이후에는 소련의 급격한 성장이 대서양권의 단결을 자극했던 것도 있다. 결국 강력한 적에 맞서서, 영국과 미국은 서로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적절한 문명적 공통점과 강력한 적. 이것은 영국과 미국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만약 독일과 소련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패권이 넘어갈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영국과 미국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둘러싼 전쟁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모든 건 타이밍이다. 



Q. 미국적 표준의 특징은 무엇인가?


1800년대 들어서 기술의 발전이 급격해지고, 대서양은 급격하게 좁아졌다. 증기선 시대가 열리면서 대서양 횡단은 10일로 단축되었다. 또한 철갑 함선이 등장하며, 목제 함선은 급격히 전투함으로서 기능을 상실한다. 또한 철도망과 냉장술이 발달하며 이동이 빨라졌고, 장거리 통신이 시작되며 인간이 거리와 시간을 보는 관점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교통수단의 발달은 미국의 인구를 폭발시키는데 기여한다. 이민의 유입은 미국 사회의 활력을 유지해줌으로써 인구 정체와 고령화의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과는 다른 모습을 갖게 해 주었다. 미국적 표준은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두뇌와 자본, 그리고 기술을 끌어들였고, 이를 통해 새로운 헤게모니를 주조해낼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라는 절망 속에서 미국은 새로운 이 세계의 미래이자, 희망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쉽게 이렇게 정의되기도 한다. 


"하얀 울타리로 두른 앞뜰과 뒤뜰이 있고, 자가용과 차고가 딸린, 교외의 어느 2층짜리 주택을 할부로 사서, 한 손에는 햄버거와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자녀와 함께 흑백 TV 앞 소파에 앉아서 야구경기를 응원하는 사람들"





권력은 지식으로부터 나오며 지식을 통해 유지된다. 지식 영역의 확장은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지며, 공간의 확장은 지식의 증대와 심화를 가져온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독자적 지식 체계를 수립해 나가는데,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나 미소 간의 냉전은 미국의 지식을 확장, 심화시키는데 커다란 촉매제가 된다. 1970년대 이후, 시장적 원리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서양적 표준으로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도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정보의 평등으로 민주주의를 촉진시키는 면과 함께 소수의 독점적 표준들이 강한 흡입력을 갖게 되는 측면도 공존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서비스를 떠올려 본다면, 여전히 우리는 미국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표준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권력은 지식으로부터 나오며 지식을 통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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