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이유
23살의 나는 디자인 대학에서 교직이수를 하고
교생실습을 계기로 임용고시 공부를 시작하였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집 앞 독서실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열정을 다하던 어느 날, 공부에 휘둘려 지칠 대로 지쳐 스스로가 바람에 쓸려 다니는 낙엽 같은 존재로 느껴질 때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 위해 독서실 문을 열었다.
여름 저녁의 냄새가 기분 좋은 그날 바라본 하늘은 환상적이었다. 저녁노을이 그 어떤 색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장엄함으로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몇 날 며칠을 그 시각 커피 한잔과 함께 만나는 노을이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어느 날은 아름다웠고, 어느 날은 웅장했고, 또 어느 날은 눈물이 났다.
그다음 해 나는 교사가 되었다. 퇴근 후에 운동을 하거나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 일부러 노을이 예쁘게 펼쳐지는 장소로 지나가곤 했다.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 울렁울렁, 나는 이 감정을 설렘이라고 느꼈다.
왜 이렇게 노을에 설레는 걸까? 그땐 잘 몰랐다.
교사가 된 지 8년 만에 나는 엄마가 되었다. 이제 노을을 찾아다니지 못한다. 아니 노을로 덮인 하늘을 시간에 맞춰 한번 쳐다보기도 어렵다. 사실 노을의 존재도 잊고 살았다.
긴 육아휴직 끝에 교사 엄마가 되었다. 초를 쪼개어 살아가며,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내며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도 설레었던 노을이 내게 준 의미를...
이른 아침에 얼굴을 내밀고 하루를 보내는 해님은 쉬지 않고 열정을 담아 꽃을 피우고, 곡식을 가꾸고, 삶을 윤택하게 한다.
노을은 하루 동안 다한 해님이 담은 열정의 언어일 것이다.
쉼 없이 공부했던 23살에 만난 노을은 나에게는 동병상련의 위로가 되어준 열정의 아이콘이었지도 모른다.
마치 애쓰는 나를 보는듯해 마음이 뭉클해지고, 한편으로는 측은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위로였을거다. 여름의 노을과 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