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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Nov 28. 2018

나는 내내 당신만 안았습니다

오늘 날씨 탁함

잘못 들어온 열기가 새기를 기다립니까
너무 오래 쐬인 볕이라 식기를 기다립니까
볼에 붙은 파리도 나와 같은 운명
이 견디기 힘든 간지러움은 다만 환상입니까

지난 밤 밝혀둔 초는
만지기가 서글플 만큼 식어 굳었습니다
아 하마터면 사랑을 할 뻔 했습니다
다행이라면서 몰래 슬픈 것은
어쩌면 내가 사랑을 하고 있나 봅니다
집 안에는 결국 남아나는 것들이 없을 텐데
하늘은 사랑하기에는 죄가 너무 많고
죄가 많아 죽을 것들은
흔들림도 아름다워 큰일입니다
나는 도무지 기도는 모르고
삶이라는 것은 재주껏 꾸며 말해 봅니다

지난 밤 당신이 한 행동들을 사랑할 뿐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것은 다만 만났다 해야 하겠습니다
만난 것은 탓도 없는 것
피하지 못한 것은 능력일 뿐이겠지요

나는 여전히 어려워 어리벙벙
사랑한다는 말은 내가 배운 말이라 잘 닿아
나는 가장 열심히 그 말만 쏟아냅니다

나는 실은 참지 아니하고
나는 실은 기도하지 아니하고

우리 같이 죽어버리면
슬퍼할 사람 너나는 아니라고
벌 받을 곳에 허무라는 죄가 있을지
의미는 도무지 맛이 없어서
차라리 간장에다 비벼서 후딱 먹구서
나는 내내 당신만 안았습니다

W 레오
P Paweł Czerwiński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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