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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2

INTP가 어때서

by 함문평

그래 나 INTP다.


노래 가사에 내 나이가 어때서 하는 노래가 있다. 나이가 많아진 것이 천부적이지 내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다.


그게 뭐 죄인은 아닌 거 아녀? 온 천지에 자기 애인이 아님 이혼한 전 남편이 INTP였다고 칭찬 1% 비난 99%인 글을 볼 때마다 울분을 느꼈다.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INTP가 맞는 듯하다.


그 당시는 감히 여자가 이혼을 주장할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네 할머니 어머니는 꾹 참고 지내셨는데 나에게 할머니는 네 할아버지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는 니 아버지처럼 살지 마라 하셨다.


두 여인이 나에게 말한 공통점은 주변을 깨끗하게 하라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꼭 깨끗해야 해?


살아가는데 내가 견딜만하면 조금 지저분해도 괜찮은 거 아녀?


어제 모처럼 아내, 딸, 아들이 휴가를 가서 혼자 밥을 먹었다.


휴가 간 3명이 있었다면 밥 먹고 바로 빈 그릇을 씻어야 했지만 혼자라 물에 담그고 쓰던 망원 37호 소설 초안을 계속 썼다.


써 본 사람은 안다.


잘 써지는 날은 초안 없이도 원고지 20매 분량이 거침없이 써진다.


안 되는 날은 하루 종일 원고지 10장도 버거운 날이 있다.


어제 내가 빈 그릇을 물에 담그고 글을 쓴 것은 잔소리 3인방이 없는 덕분이다.


오늘 휴가에서 3인이 돌아와 물에 잠긴 그릇을 보고 잔소리할 것이 뻔하지만 나는 감수한다고요. 왜?


어제 넉넉하게 초안 쓴 망원 37호가 있으니까요.

솔직히 학생시절 국어 산수 사회 자연은 불시 시험을 봐도 횡성군 교육청 관할에서는 수준급이었다.


음악 미술 체육 실과는 양가집 규수였다. 그 시절은 수우미양가로 평가했는데 모 담임 선생님이 국산사자는 수수수수인데 음미체실과는 양가집규수구나 하셨다.


초등학교에서 체육 못하던 사람이 군복 입고 군화신고 선착순을 하면 몇 등하겠어요. 200명을 5명씩 끊으면 마지막 10인에서 6등을 했다.


그런 내가 발가락 40개 책임지느라 꾹꾹 참고 21년 3개월을 INTP는 조직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데 했다.


가장 적합하지 못한 것이 정의와 불의의 선택의 기로에서 군대생활을 잘하려면 불의라도 상관의 기분을 맞추어야 하는데 그걸 잘못했다.


지금 해운대 송정 신시가지 아파트에 사는 분은 참 환경이 좋은 아파트 단지지만 1990년 그곳은 200만 평 부지에 탄약을 보관하는 탁 약고 가 무슨 조선시대 왕릉처럼 있던 곳이다.


장손이라 자전거 오토바이 스케이트는 절대 배우지 마라고 가경 선생 말씀이 있어 오토바이 못 타요 했더니 창장이 함 대위 오토바이 못 타면 걸어서 순찰 돌라고 해서 걸어서 울타리 순찰을 돌고 나니 발에 물집이 생겨 어쩔 수 없이 1소대 선임하사 김 중사 딸 이름이 수경이었는데 수경이 아빠에게 오토바이를 배웠다.


200만 평에 외부 침입자가 접근하면 경보 울리는 장치를 400미터 설치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중대장이 되었다.


사람이 지나가도 삑! 개나 고양이가 지나가도 삑! 바람이 세게 불어도 삑! 더 골 때리는 건 동기생이 특전사 팀장이라 독수리 훈련에 팀원들에게 경보기가 있으니 스티로폼을 자기 몸 크기로 오려서 가리고 침투했더니 공수부대가 탄약고를 휘젓고 다녀도 경보기는 안 울렸다.


그런 내용으로 군납 불가 보고했다가 군화로 조인트만 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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