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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팔 Apr 16. 2021

[생각 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MBTI에서 성격이 외향성(E)으로 나오든 내향성(I)으로 나오든 인간은 사람과 만나고 교류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19는 이런 사회적 동물에게 원치 않은 비대면 시대를 안겨 주었다. 아무렇지 않게 서로 만나 악수를 하고, 웃고 떠들며 즐겼던 일이 까마득할 정도로 우린 서로에게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바이러스 하나에 굴할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고등동물이다. 게다가 이제는 가상현실도 척척 만들어내는 매우 고등한 동물이다. 여기에 약간의 게으름과 창의성이 더해지면 '어떻게 하면 가만히 앉아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새로운 발명품이 뚝딱 만들어진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산다고 하지 않나. 그렇게 인간은 비대면 시대에 비대면 전자 서비스를 늘려갔다.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 하나로 (신분증과 인증 서비스와 함께) 통장 또는 카드를 개설할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 화상채팅을 하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전에는 번거로운 가입 절차나 정작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자꾸 렉이 발생하는 문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많은 수요가 몰리자 더 많은 공급이 쏠리며 저절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사에서는 화상채팅이나 협업 툴을 이용하면 일에 지장이 거의 없는데, 아이들 교육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건 드문드문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 (사생활 침해, 익숙지 않은 과제 제출 방식,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집중력의 문제 등)



나는 코로나 이전에 딱 한 번 화상회의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받았던 느낌은 단순히 '불편함'이었다. 인터넷 연결망 상황에 따라 연결이 자꾸 끊기는 데다가, 저화질 카메라는 '넌 지금 전자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라는 인식을 한껏 심어주며 사람 얼굴이 일그러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오늘 지인이 단톡방에서 노션(Notion)을 처음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꺼냈다. 각자 사용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다행히 지인이 궁금해하는 활용법이 내가 알려줄 수 있는 범위 내였다. 하지만 비대면 시대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회인들이 시간을 맞춰서 모인다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각자 일하는 분야도 퇴근 시간도 판이하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줌(Zoom)이었다.  활용법을 궁금해하는 지인들 모두 당장 줌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행운도 따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1시간짜리 아주 자그만 노션 활용법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줌을 아이패드나 핸드폰으로만 열어봤지 컴퓨터로 열어보는 건 처음이어서 조금은 불안했었다. 그런데 그 불안감은 괜한 짓이었다는 듯이 회원가입과 줌 화상회의를 여는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있더라. 10분 안에 줌에 가입하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회의 창을 열어 링크를 전달했다. 단 3년 사이에 발전한 시스템에 다시 한번 현대 기술 만만세를 외쳤다.



줌 채팅을 열고 내 컴퓨터 화면을 동기화시켰다. 오디오와 비디오를 끄고 켬이 매우 자유롭고, 한 지인은 일과 병행하며 채팅에 참여할 정도로 자율성 또한 좋았다. 이제 노션을 시작하는 지인이기에 간단한 활용에 대해서만 예시를 보여준 후, 다음에 다시 한번 모이기로 약속하고 1시간 모임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얼떨결에 줌을 이용해 보고 '생각보다 매우 괜찮은데?'라는 감상평이 남았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친한 친구들과도 줌 회의를 열어볼까 제안했지만, 회사에서도 지긋지긋하게 사용한다며 거절당했다. 주로 오프라인으로 활동하는 직업군을 가진 나였기에 줌이 재미있는 거였다. 그래. 일과 연관되면 뭐든 싫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모두 화상회의에 익숙해져 갈 때, 문명에서 조금 멀어졌던 한 인간이 오늘 다시 문명 속으로 한 발짝 발을 디밀었다. 매우 유용한 잇몸 하나를 얻은 나는 생각보다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 짓고 있다. 그리고 웬만하면 지인들이 다음 모임을 더 빨리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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