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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 Baek Feb 19. 2021

교사인지 일처리 기계인지 헷갈리는 날엔

우리는 끊임없이 진짜 내가 살아있는 순간을 발견해야 한다.

내가 교사인지 일처리 기계인지 헷갈리도록 업무에 시달린 날은 퇴근 즈음이 되면 짜증과 지침 그 사이 어딘가의 상태가 되어있다.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별 수 없이 나의 소중한 에너지가 갉아먹힘을 인지할 때 올라오는 감정이다.

심지어 오늘은 퇴근 시간이 지나도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그 감정은 극에 달했다.


수업 연구도 아이들에 관한 일도 아닌 업무 처리에 온종일 시달릴 때면, 이런 상황을 종종 겪는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면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발견한 것은


우리는 생각보다 진짜 내가 없는 것들에 많은 ‘열심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 이는 끊임없이 순간순간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내가 없는 것에 열심을 다하다 보면 몸이 상하고 그게 계속되면 마음이 상한다.



그렇다면 진짜 내가 있는 순간들은 언제인가?


글 쓰는 순간


지금처럼, 어떤 순간에 대해서 글로 내 생각을 쓰다 보면, 진짜 나를 만난다. 어릴 적엔 글쓰기가 숙제 같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는데 요즘은 내게 힐링의 수단이다. 부담감이 아닌 내 속에 있는 걸 아주 자유롭게 의식의 흐름으로 끄집어낸다. 오늘처럼 지치고 짜증이 밀려올 때도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내가 깨달은 건 뭔지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글은 내게 새로운 활력을 주어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아이들과의 순간


감사하게도 업무가 아닌 아이들과의 수업과 이야기들, 순간들 속엔 진짜 내가 있다. 교실 속 순간들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배우고 결국 삶에 대해 배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사랑, 관계, 배움이 교실 속에 다 있다.

고3 때 교대에 지원하는 나를 보며 친한 동생에게서 “누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가 되려고 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친구 한 명도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왜 학교같이 작은 공간에 갇히려고 해?”라고 물었었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 이 질문들은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내내 생생하다.

실제로 내가 겪은 교실은 그와는 정 반대로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우주 같은 아이들이었고, 그 아이들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교실은 어디에서도 겪을 수 없는 값진 배움과 성장의 공간이다.


교실 속 순간들에는 진심을 다하고 이를 내 삶과 일치시킬 수 있어 좋다. 아이들과 하는 수업, 내 말속에 내 삶을 반영하며 삶과 하는 일이 일치할 수 있단 거 참 축복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이 아닌

내가 바라는 나
진짜 내가 있는 순간들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기계같이 일처리를 하고 난 오늘도 글을 쓰다 보니,

나를 만났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순간순간에서 감동과 의미를 발견하고 나누는 삶. 내가 하는 일과 내 삶이 일치되는 삶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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