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2)

하늘에서 커다란 옥수수가 뚝~

by 꿈쟁이

조금은 지루하고 별 일없는 한가로운 풀숲.

‘하늘에서 툭~하고 커다란 옥수수가 떨어진다면…….'

하고 상상을 했다.

사람에겐 그저 옥수수 한 개에 불과하겠지만

풀숲에 살고 있는 아주 작은 그들에겐

아주 특별한 사건이겠다 싶었다. 어쩌면 말이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그다지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너무도 빨리 한계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왜냐면 난 이미 오십 해를 살았다.

내가 의도했던 안 했던

그동안의 경험과 습득한 지식들은

나를 딱딱하고 재미없는 꼰대로 만들었다.

각 잡힌 틀이 종종 아주 자주 답답하다.

이를테면 뭔가 쓸모 있어야 하고

뭔가 깨달음도 있어야 하고

내 기준에서 봤을때 비윤리적이지 않아야 한다.

시선을 바꿔봐야 하는데 쉽지 않다.

아니 아주아주 어렵다.

이쯤 되면 괴로워진다.

계속해야 하나?

버려야 하나?

그런데, 난 이미 정했다.

버리지 않기로.

어떻게든 끝을 내기로.

틀렸다고 지우개로 박박 지우거나

그도 아니면 도화지를 구겨 버리듯

내 그림을 내팽개치지 않기로.

일단의 목표 재미있게만 그려보자.

들쥐들이 몰려왔다.

옥수수 알맹이를 자루 가득가득 따와서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쌓는다.

당분간 먹을 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옥수수 껍질로는 해먹을 만들었다.

한 여름 뜨거운 햇빛을

고맙게도 나뭇잎이 가려주면

늘어지게 낮잠을 청한다.

나른한 여름날 오후.


들쥐들이 한바탕 옥수수를 털어갔지만 (껍질까지도)

아직 남아있다.

자그마한 산 새 가족이 날아왔다.

엄마도 아빠도 제 새끼 챙기느라 바쁘다.


얼마 전 창밖이 꽤나 시끄러웠다.

난리난리 요란하게 울어대는 통에

창밖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양이는 이미 창틀로 달려가 자리 잡았다.

넋놓고 구경하는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짙게 우거진 주목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작은 새가 보였다.

몸집은 작지만 어미새가 분명하다.

입에 날벌레 한 마리를 문채로

새는 목을 한껏 젖히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입에 문 벌레를 놓칠세라 입도 벌리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울어댔다.

아기새를 부르는 모양이다. (얼마전 이곳에 둥지를 튼것을 보았다.)


우연히 작은 새의 모성애를 직접 목격했고

그 장면은 내 그림책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이제 남은 옥수수 알과 속대는 풀벌레들 꺼.

가장 먼저 발견하고도 차례가 한참 밀쳐진 풀벌레들이

영차영차 의기투합했다.

"이건 우리 꺼!"


과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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