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사무실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는 게 아까울 정도로(하지만, 돈을 벌어야 우리 공주님 입에 까까라도 하나 넣어주니)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내 동생처럼 비싼 카메라는 사기가 부담스러워 그냥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색감 보정을 한다 3년 전에 구입한 S사의 핸드폰 앞선 화에서 이야기했었지만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가 폰이 침수돼서 새 폰으로 교체가 돼서 그대로 쓰고 있다 부품들이 새 거여서 인지 색감이 다시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이겠지?
아이와 같이 시외로 나와 짧은 산책을 한다, 한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서 나만의 산책로 같은 느낌이었는데, 1~2년 전부터 코스에 음식점이며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사람들도 많아져 버렸다 오늘은 특히나 날씨가 좋아서 인지, 연인, 친구, 가족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로 쏱아져 나온 것 같았다
우리 부녀는 생긴 건 많이 안 닮았는데 식성이랑 성격은 제법 비슷하다 막상 밖에 나오면 잘 놀면서 집 밖으로 나가는걸 별로 안 좋아하고, 면을 좋아하고, 꽂히는 게 있으면 꼭 해봐야 하고, 스킨십 좋아하고 기타 등등 여하튼 오늘도 아침에는 나가기 싫다고 난리였는데 막상 나오니까 신나게 구경하고 있는 우리 부녀이다 한때 부모님 하시는 말이 씨도둑질은 못하다고 하는 짓이 똑같다고 그래서 우리 부녀가 서로 얼굴을 보고 빵 터졌던 적이 있다
가을이 왔어요!
"아니 공주님 아빠랑 닮았단 말이 좋아서 웃는 거죠?"
"아빠는 남자고 저는 여잔데 어떻게 닮아요?"
아 성별이 틀려서 닮았다는 말이 웃겼구나... 그럴 수도 있지 싶어 아이를 안고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아빠는 공주랑 닮았단 말이 좋아요."
그 말에 아이도 저도 아빠 닮아서 좋아요라고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아이 손을 잡고 산책을 시작한다 어렸을 적 사준 킥보드가 이제는 많이 낡고 키가 안 맞는 것 같다 한 칸을 더 올려주면 내년까진 탈 수 있을 거 같은데 요즘 키가 너무 부쩍 크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옷을 딱 치수에 맞게 입히면 예쁘긴 한데 키가 쑥쑥 자라 버리니 옷이 한 계절을 넘기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큰 치수를 사주자니 지금 안 이쁘고 엄마들의 고민이 이런 걸까?
열심히 킥보드를 타고 달려가는 아이의 사진을 찍어본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딜 찍어도 사람들이 섞여 있지만 아이 얼굴은 빛이라도 나는지 어디에 있어도 환하게 잘 보이는 것 같다 어렸을 적에 혹여나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월차를 내고 경찰서까지 가서 지문등록을 하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났다 해마다 어플로 사진을 업데이트해주긴 하는데 그래도 걱정이긴 하다 자식 가진 부모들이라면 모두 하는 걱정이겠지만 말이다
내 눈에는 잘 보이는 공주님
한때는 아내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었었다, 아침 일찍 평상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맞추고 피자와 김밥을 사서 앉아서 하루 종일 바람 쐬고 왔던 적도 있는데 아이랑 같이 평상에 누워서 큰 나무 가지들 사이로 하늘을 보고 같이 뒹굴고,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했던 기억들
가을이라 그런가 괜히 센치해진다 그 자리에는 이제 다른 가족들이 앉아 하하 호호 이야기 꽂을 피우고 있다 천천히 아이랑 같이 건너편의 카페로 간다 자리를 잡고 따듯한 커피 한잔을 시키고 앉아서 태블릿을 꺼내 글을 쓴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잔디밭에서 놀고 있는 다른 아이들 틈으로 끼어들어 같이 놀기 시작한다 언제나 사람이 많아서 자리 잡기가 힘들었었는데 오늘은 여유 있는 카페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커다란 통유리 사이로 햇볕이 스며든다, 거대한 오르골이 웅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늘은 좀 쉬어 가야겠다,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면서 그동안 안 써졌던 글들을 써 내려가면서 천천히 천천히 오늘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