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외강내유

enfp 여자 istp 남자

by 서로소

겉으로는 쿨해 보인다. 찬바람 부는 도시녀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 촌년의 혼재다. 시집가서 시어머니가 밭에서 파를 뽑아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셨을 때 어느 게 파인지 몰라서 다시 가서 되묻고 뿌리부터 잡고 뽑아야 되는지 모르고 줄기 끄트머리를 잡아당겼다가 파가 댕강 뜯겨나간 적도 있다. 보다 못한 옆지기가 '어휴, 파도 모르냐' 면서 이렇게 하는 거라며 쓱 뽑아주었다.

"오.. 신기하다. 고마워. 내가 파는 마트에서만 봐서...ㅎㅎㅎ"

"으이구"

깻잎을 따오라는 심부름에 신이 나서 이파리를 잔뜩 따갔더니 어느 것은 맞고 어느 것은 아니란다.

도대체 어떻게 구분하는지 모르겠다. 다 삐죽빼죽한 초록잎이었고 잎맥도 거기서 거기였다. 냄새를 맡으며 구분해보려고 했지만 냄새도 비슷했다. 상추보다 더 좋아하는 깻잎인데. 마트에서 봉지에 담긴 포장된 깻잎만 보았으니 내게 이파리를 구분하는 능력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고추밭에 주렁주렁 달린 고추도 처음 따 봤고 고구마도 감자도 처음 캐어봤다. 마당 뒤꼍의 작은 텃밭이었는데 내게는 마치 농촌 체험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아이와 내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밭을 종횡무진 다니는 나와 달리 옆지기는 무덤덤했다.

"이거 봐 봐. 이거 깻잎이다. 이거랑 이거랑 뭐가 달라? "

"내도 모른다. "

하아.. 경상도인 아니랄까 봐. 무뚝뚝의 극치를 달린다.

특히 본가를 가면 말수가 극도로 적어진다.

"나 고추 땄다. 많이 땄지? "

"재밌나? 니 마이 따라. 니 근데 그거 니 다 먹어야 된다."

"어? 다 먹어야 돼? 그만 따야겠다. 나 고추 안 좋아하는데. 어쩌지? "

"어이구. 따면 다 먹어야지."

"미리 알려줘야지이. "

"그걸 말해야 아나?"

"어. 내가 어떻게 알아? "

"니 생각을 해봐라. "

뭐 이런 식으로 늘 훈계 듣고 나는 왠지 억울하고.

"너 저거 뭔지 아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논밭을 가리키며 묻는다.

'어. 보리인가? 벼인가?

초록빛이면 둘 중 하나인데.. 지금 시기가 보리인가? 모양이 보리인 거 같은데. 둘 중 하나인데 찍자.'

"보리잖아. "

"오,. 보리도 알고. "


옆지기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모르면 어때서? 뭐 다 알아야 돼? "

●밀과 보리가 자란다. 밀과 보리가 자란다. 농부가 씨를 뿌려 농부가 씨를 뿌려 발로 밟고..

갑자기 떠오르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노래한다.

그러고 나서는 갑자기 흥이 올라가서 신이 난다.

"재밌냐? "

어이없어하며 옆지기는 피식 웃고 나는 노래한다.

겉으로는 차도녀지만 사실 상처도 잘 받는데 안 그런 척한다. 때로는 이렇게 상처 받은 마음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외강내유형인 enfp여자. 집에 가서 이불 킥 날린다. 그러고는 우울해져서 이제 안 나갈 거야. 나 상처 받았어.

며칠 뒤, 나는 또 나간다. 우울한 기분을 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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