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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Jul 02. 2021

라디오헤드 그리고 어묵

당신과 나의 보통의 날들

우리가 오십의 삶을, 칠십을 삶을 살아본 게 아니라

우리는 우리 나이 때의 삶까지 밖에 모르는 게 당연한 거 . 내가 갱년기를 겪기 전에 나는 갱년기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내가 칠십이 되지 않고서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을 거 같아. 우리가 이십 대를 살았을 때 마흔의 우리가 이러고 있을 거라는 걸 이런 고민들을 할 거라는 걸 상상할 수도 없었잖아. 정말 그랬지. 내가 친구에게 영양제 이야기를 하고 결혼 생활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 나누고 있을 거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잖아. 우리. 이십 대의 우리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고 미래는 찬란할 거라고 꿈에 부풀어 있었지. 그때 몸 상태도 그야말로 최상이었고 밤새서 영화를 봐도 조금 피곤하고 말았지. 지금은 조금 늦게 잠이 들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이 들잖아. 아이를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를 돌보고 교육시키며 하루를 쳇바퀴처럼 살지.

밤 안에 친구와 나는 맥주를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기호는 다르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하루를 위안하네.

사십 대의 인생도 처음이라 위아래로 신경 쓸 게 많아지고 나는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네.. 다들 그냥 비슷하게 지나오고 있대. 버티고 견디면서. 내가 꿈꾸던 게 무엇이더라.

저녁거리를 사러 들어간 어묵 가게에서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흘러나와. 친구가 좋아하던 노래야. 나도 라디오헤드의 cd음반차마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는걸.

노래를 들으며 어묵 하나를 먹고 있어. 스물 언저리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어. 이 십 년 후의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 묵 하나 먹으면서 생각이 너무 많네.

후덥지근한 여름날...

공원을 세 바퀴나 돌았는데 삶에 대한 의문은 수렁에 빠질 뿐이야. 이제 저녁 밥을 지어야지.

"어묵 한 봉지 포장해 주세요."

가자. 집으로.

오늘의 마지막 의무 카테고리 중 하나를 마무리 지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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