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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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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Sep 24. 2023
함께 읽은 책들 세줄요약) 2. 소설, 에세이
양을 둘러싼 모험, 수난, 차의 시간, 피츠제럴드 단편선 1 등
<고전소설>
1. 헤밍웨이 단편선 2 - 어니스트 헤밍웨이(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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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 비해서는 조금 더 서사가 강화되어 읽기가 수월하지만,
지극히 남성적인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극단을 묘사하는 그의 이야기는
역시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읽기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2. 모비 딕 - 허먼 멜빌(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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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빌의 이야기 속에선 그 배경이 바다이든 항구이든 언제나 인간은 터무니없이 작게 그려진다.
뭔가 화면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언가와 그 앞에 점 하나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
그것과 맞설 수 밖에 없는 인간이란 얼마나 작고 절망적인 존재인지. 그러니 영혼을 걸 수밖에.
3. 피츠제럴드 단편선 1 - F. 스콧 피츠제럴드(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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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츠제럴드의 작품에서 다시 찾은 것과 잃어버린 것은 겨우 한끗 차이로 갈려져 있을 뿐이다.
설령 되찾은 것이라 해도 처음의 마음과 그동안 보낸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며, 상실은 여전히 상실로 남는다.
부드러운 문장과 달리 그의 시선은 언제나, 항상 스산하다 싶게 느껴질 정도로 냉정했다.
4. 수난 - 니코스 카잔차키스(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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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 '미할리스 대장'으로 이어지는 카잔차키스의 후기 3걸작.
다만 이후의 두 권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맹렬하게 비난받은 것과는 달리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데, 과연 그 차이는 작가 때문일까, 아니면 읽는 이 때문일까.
<현대소설>
1. 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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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어느 시점에서 상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우리는 흔히 시간을 멈추어 자신을 한 지점에 고정시켜놓고
현실을 대체할 대용품을 만들어 현실에서 도피하곤 한다. 그건 때로 이미 오래전에 폐기되어 버린 핀볼기계일
수도 있고, 쌍둥이 자매의 모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적막한 방안을 가득 메운 책등의 형태일 수도 있다.
2. 한자와 나오키 1 - 이케이도 준(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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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돋을 정도로 현실적인 사건에,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풀 한포기 남기지 않는 복수에,
입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중독성 있는 문구까지. '독서 포르노'라 해도 좋겠다 싶을 경험이었다.
대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당한만큼 갚아준다 당한만큼 갚아준다!!!"를 몇 번 되뇌인건지. :)
3. 악스 - 이사카 코타로(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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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왕국이 퇴색해 가는 것은 후진 공화국이 붕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슬프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잊혀진 왕국'
정말 그렇다.
4. 사슴 남자 - 마키메 마나부(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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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마키 히로시와 타베 미카코 주연, 아이자와 토모코 각본이라는 말에 혹해서 봤다 내려놨던 드라마의 원작
.
내려놨던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었던건데, 그걸 기억하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다니.
소설보단 드라마가 낫고, 그조차도 재미있는 부분까지 보고 끊은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5.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이도우(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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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린 겨울, 호젓한 시골 책방에서의 이야기들은 너무 말랑말랑하고 알콩달콩해서
자연속의 독립서점이라니 굶어죽기 딱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던 내게는 너무 눈부셨다.
그나마 작가의 목소리가 나지막했기에 어찌저찌 완독. :)
6. 양을 둘러싼 모험 - 무라카미 하루키(한양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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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이 책은 내게 '이거야말로 하루키의 원형'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아직 '어린'과
'젊은' 사이에 걸쳐있던 시절에 하루키를 처음 읽던 때가 생각이 나고, 뭔가 나 자신의 원형이라는 게 있다면
그 시절에 형성되어서 지금까지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그래서, 하여간 10점.
7. 에브리맨 - 필립 로스(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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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이야기 내내 냉혹하게 한 사람이 - 그리고 모두가 - 예외도, 유예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없이
겪어야만 하는 늙음과 죽음의 과정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둔 채 끈질기게 따라간다. 그래서 그 모든
과정이 끝나 책을 책장 속에 꽂을 때, 책등의 제목이 다시 한 번 눈에 들어와 입술을 깨물게 된다. '에브리맨'.
8. 중국행 슬로보트 - 무라카미 하루키(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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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전작을 읽으면 - 특히 단편은 - 장편소설의 사이사이에서 글의 흐름이 변화해간다는 걸 읽을 수 있다.
'양을 둘러싼 모험' 전후에 나온 단편을 모은 이 책에서도 점점 주제 우선의 단편에서 이야기 우선의 단편으로
경향이 바뀌어간다는 걸 읽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최애 단편은 '땅 속의 그녀의 작은 개'. :)
9. 기괴한 라디오 - 존 치버(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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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5-60년대, 아직 본격적으로 경제위기나 사회갈등이 터져나오기 이전 시점을 다루는 치버의 단편은
사회보다는 가족의 갈등이나 개인간의 오해, 관계의 충돌을 주로 다루며, 사소한 우연이 겹쳐지며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들을 읽는 재미가 있다. '기괴한 라디오'는 이런 치버의 특징을 고루 보여주는 좋은 단편이다.
10. 얼간이 -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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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전말을 모두 파악했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다는 듯 그냥 흘러넘어가고,
모두들 진실을 위해 분투했음에도 그 진실은 결국 힘있는 자의 도락 앞에 묻혀버리고,
그렇게 모두는 또다시 여느때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뭔가 석연치 않아 설득력 있게 느껴지던 이야기.
11. 하루살이 -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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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얼간이'의 속편 격이라 봐야 할 소설이지만, 이번에도 이야기는 석연찮게 마무리 된다.
사건의 진상은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드러나며, 이야기는 이번에도 암시만 잔뜩 던져놓은 채 모호하게
끝이 나고, 왜 나왔나 싶은 인물들과 회수되지 않은 복선이 가득하다. 이래놓고 속편이 없다니 너무하네.
<에세이>
1. 차의 시간 - 마스다 미리(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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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의 세계엔 언제나 체념이 섞인 평온이 깃들어 있고, 그 정서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지친 하루와 고된 생활을 위로하기 위해 거창하거나 이거다 싶은 조언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이야기하며 따뜻한 차와 달콤한 디저트를 대접하는 그녀의 그림은 왜 이리 매력적인지.
2.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 무라카미 하루키(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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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수필집이라 그런지 이후의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수필들과 달리 꽤 분위기가 있다.
어떻게 보면 약간 긴장한 듯한 느낌도 있고, '커티삭'이나 '코끼리 공장'처럼 이것저것 시도한 흔적도 보이고.
수필 뒤에 등장하는 안자이 미즈마루와 하루키의 유쾌한 대담도 빼놓을 수 없다.
3.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 마스다 미리(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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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 노부부와 40대 딸로 구성된 한 가정이
서로에 대한 애틋함으로 소소한 하루를 살아가는 내용.
아직은 혼자 사는 게 너무나도 편하지만, 저런 가정의 모습도 나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4.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김신회(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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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라니. 이제는 이런 책도 나오는구나 싶어 놀랐고 그게 또 베스트셀러라는 데
다시 한 번 놀랐다. 하긴 '프리더의 조직관리' 같은 밈이 인터넷의 대세였던 적도 있었으니 싶기도 하지만.
그리고 보노보노라는 만화가 생각보다 '치유계(....)' 쪽이라 이런 글을 쓰기에도 잘 어울리고.
5.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 무레 요코(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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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아흔 살 정정한 할머니의 신나는 일상을 다룬 책.
아무리 그래도 아흔 살에 진짜 이럴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지
금도 이렇게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는 나로서는 도저히 무리겠지 싶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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