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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ug 14. 2023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좋아지는 건 어려운데 싫어지는 건 참 쉽다

파도에 휩쓸리듯 살고 있던 나


온갖 희열을 느끼고 내 몸과 마음, 영혼을 담았던 분야에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요동친다.


아 나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하지?
싫어도 계속해야 되나?
하고 싶은 분야에 도전하기엔 늦었나?
언제까지 노력해야 이걸 포기해도 후회가 없지?
포기한다면 내가 이걸 다시 하려고 돌아올 날이 있을까?
이거 고민하고 있을 시간에 하나라도 더 하는 게 낫겠지?


하고는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버리는 바람에,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게 뭔지 고민할 틈도 없었다. 사실 난 작년 여름방학부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런데도 그동안 좋아했던 기억과 중학교 때 쌓아 놓은 실력 덕에 주변보다 높은 내 위치 때문에 내 마음을 부정하고 있었다.


'고등학생'이라는 시기적인 압박 때문에 갑자기 생긴 반발심인가 싶다가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게 내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면 고개를 젓게 된다. 정해진 길만 바라보던 나는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알고자 마음속 깊이 들여다봤는데, 화살표는 보이지 않고 점만 보였다. 내 엄마, 절친도 아닌, 내가 내 관심사 하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생긴 불안감이 점점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어른이 되기엔 너무 억울하다. 인터넷을 조금만 둘러보면 아직 진로를 찾지 못해 불안해하는 대학생이 수두룩하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어른들이 꼭 있다. 앞으로 갈 힘은 있는데,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는 게 쉽지가 않다.


좋아하는 게 직업으로 연결되기까지는 현실적인 고민,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아직도 나는 고민에 빠져있다.




오답이 훨씬 많으면 정답처럼 보인다


일은 해야 되니까 하는 거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이 어딨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며 공부를 하고, 대학원을 가고, 각종 시험과 면접을 준비할 동안 자신에 대해서는 깊이 공부해보지 않은 어른들이 너무 많다. 그 어른들은 위에 인용된 말을 하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일이 기다려지는 삶을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숨기지만, 안 맞는 옷을 입고 있으면서 낑낑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면 원래 저러나? 지금도 하기 싫은 일 참아가며 살고 있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서 하기 싫은 일을 꾹 참고 꿋꿋이 해야 인정받는 건가? 그렇다기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갖고, 세상에 자기가 살았던 흔적을 진하게 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앞에서 말했듯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좋아해 왔던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떨어졌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처량했다. 지금 내 주변 친구들은 아직 그 정도의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기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또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다. 지금처럼 안일하게 살다가는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찾지 못하고 안 맞는 옷을 낑낑대며 입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미래가 왜 이렇게 심하게 겁날까.


나는 아주 운이 좋게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내 모든 시간을 투자해 본 경험이 있다. 지금은 그 분야가 없어져 버리긴 했지만. 감정을 버리고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로부터 '나도 나의 분야를 찾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필요한 노력의 양이 늘어만 간다. 2학년이 되면서 밤을 새운 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5시까지 과제를 하고 2시간만 자고 기숙사를 나간 경험이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18세의 내가 새우는 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의 양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어른이 되어서는 밤을 새우고도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노력한 나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는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의 마음속 화살표는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나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파도에 휩쓸리듯 살고 있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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