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무슨 걱정 근심으로 가득한가.
깊은 한숨은 진정 걱정할 만한 것을 걱정하고 있는가.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현실 생활에 대해 생각한다.
불안이 끊임없이 통제를 원한다.
지인이 97세의 고령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갔다는 것은 어디로 돌아갔다는 것일까.
갈 곳이 있다는 말인가.
어디에서 왔기에 그곳은 어디인가.
온 곳으로 갔다는 말인가 아니면 온 곳과 가는 곳은 다른가.
죽으면 몸이 분해되듯 정신도 분해되는 것일까.
아니면 정신은 통째로 어디로 날아가는 것인가.
몸은 분해되어 자연과 합치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정신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정신도 분해되어 먼지처럼 허공을 떠도는 것일까.
그곳이 분해된 정신이 기거하는 곳일까.
몸이 만들어질 때 정신은 어디에 있다 오는 것인가.
몸이 만들어져 생명이 탄생할 때 정신은 옷을 입듯 그곳에 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몸이 만들어질 때 정신도 같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몸과 정신은 하나이며 둘일까 아니면 따로따로 둘일까.
아이가 태어났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어 생성된 세포가 자라 생명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하여 알지 못하는 그 세포 속에는 정신도 있는 것일까.
그냥 물질 세포 자체가 정신이 포함된 생명체일까.
아이는 점점 자라면서 사회 속에 투입된다.
사회인으로 자라는 환경이 없다면 아이는 그냥 동물일까 사람일까.
동물 세계도 사람 세계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동물사회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몇 배 몇 천배 몇 만 배 몇 억 배 많다는 것을 안다.
모르는 것이 너무너무 많아 점점 두려워진다.
백지상태에서 아는 게 많아질 때의 기쁨이 나이 들어가면서 모르는 게 많다는 것에 압도되어 더 이상 알고 싶어지지 않는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불안해진다.
알고자 하는 기쁨보다 모르는 공포에 휘말려 헤매고 있다.
모르는 것이 왜 공포가 되는 것인가.
아는 것이 힘인데 모르면 힘이 없기 때문인가.
아는 것을 짊어지고 다니느라 머리가 무겁고 허리가 휠 지경이다.
모르는 것을 쫓기에는 몸이 너무 무거워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다 버리고 가볍게 가도 될까.
다 버리면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치매처럼 다 잊어버리면 바보가 되어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뇌만 아는 것일까.
치매에 걸리면 배우고 익힌 것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치매는 뇌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난다.
그럼 뇌만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몸은 그냥 도구이니 대체할 수 있는 것일까.
뇌만 잘 보존하면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뇌만 사는 것은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은 어떻게 해야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죽기 전까지 모든 것이 삶일까.
죽음도 삶에 포함될까.
죽음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일까.
꽃이 시들고 꽃이 낳은 씨앗이 다음에 꽃으로 피어난다.
우리의 삶도 죽으면 다른 삶으로 시작되는 것일까.
이쪽 삶에 있는 우리와 저쪽 죽음에 있는 그들은 소통을 할 수 없다.
삶과 죽음은 완전히 다른 세계일까 아니면 또 다른 연장일까.
삶과 죽음은 어느 순간 갈라져 다른 세계가 된다.
삶은 죽음을 향한 길일까 삶만을 위한 삶일까.
지인의 죽음 앞에서 며칠 동안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작년에 내 곁을 떠난 반려묘의 죽음을 다시 생각한다.
나의 죽음을 나는 생각할 수 있을까.
죽었으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