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은 가슴속에 항상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 이는 사람들이 단순히 직장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직장인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직업 안정성의 부족, 높은 업무 강도, 치열한 경쟁,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 지금 현실에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매일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에서 반복적인 업무는 지루하게 느껴진다.
나 또한 그러했다. 점점 치료에 자신감이 생기고 기술도 늘어가면서 물리치료사로서의 자부심도 커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져만 갔고, 그러한 감정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일과가 끝나고 술자리를 가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직장동료와 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마지막에는 항상 걱정으로 끝나곤 했다. 치료에 대한 열정도 현실의 벽 앞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박봉의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다시 교육을 듣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했지만, 시간도 빼앗기고, 무엇보다 심적으로 지쳐갔다. 돈도 더 많이 벌고 싶었고, 직장인이 아닌 사업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때부터 나는 병원이 아닌 세상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해 왔던 과정과 관련이 많은 헬스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요가 등 스포츠 센터 쪽으로 관심이 많이 생겼었다. 물리치료사는 현실적으로 개인 개업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운동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어떠한 운동이 재활과 잘 어우러질지 고민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남자이고, 원래부터 나의 직업과는 별개로 헬스 운동을 매우 좋아했다. 그런데도 필라테스를 배우고자 했던 것은 필라테스 운동이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내가 필라테스를 배웠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쯤이다.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그때 필라테스센터에는 회원 대부분이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업에 목적을 두고 배우러 간 것이었지만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 센터를 갔을 때가 기억난다. 센터 입구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왠지 남자는 나뿐일 것 같은데... 친구에게 같이 다니자고 말도 하지 못했다.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갔던 것이다. 그 시기에 남자가 필라테스를 한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처음 센터에 들어가자, 모든 사람이 의아해하며 날 쳐다보았다. 안에 들어가니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던 간호사 선생님들도 있었다. 정말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래도 나는 버텼다. 이렇게 부끄러웠는데도 배워야만 했던 필라테스 운동의 특성은 바로 다음과 같다.
필라테스는 주로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향상하기 위해 설계된 운동이다. 20세기 초, 조셉 필라테스(Joseph Pilates)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심신의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는 운동이다. 우리가 보통 헬스(Health)라고 부르는 중량을 이용한 운동은 대퇴근 같은 큰 근육 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큰 근육 신체의 주요 움직임과 힘을 발휘하는 데 역할을 하는 체격의 크기와 근력에 영향을 미치는 근육들이다. 작은 근육 또는 속 근육이란 우리가 직접 자극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신체 깊숙한 곳에 있는 근육들이다. 큰 근육이 발달해 있는 보디빌더들의 몸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외형적으로 근육이 발달한 아름다운 몸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근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큰 근육들은 힘이 강하고, 수축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수축 속도가 빨라서 ‘속근’이라고 하며, 빠른 수축을 담당하기에 피로도 빨리 느낀다. 작은 근육은 지속적이며 완만한 운동을 하므로 유산소성 운동과 관련이 있고,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은 약하지만, 지구력이 강하여 피로도가 낮다.
운동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열린 사슬 운동과 닫힌 사슬 운동이다. 쉽게 표현하면 열린 사슬 운동은 몸통이 아닌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운동이다. 예를 들면 헬스에서 많이 하는 랫풀다운, 덤벨 운동 등 대부분은 열린 사슬 운동이다. 몸통이 움직이지 않고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운동들이다. 닫힌 사슬 운동이란 열린 사슬과 반대로 몸통이 움직이는 운동이다. 예를 들면 스쿼트, 팔굽혀펴기, 플랭크 등이 맨몸운동이다. 열린 사슬 운동은 개별 근육의 힘을 보충하고 균형을 맞추거나 보강할 때 많이 한다. 닫힌 사슬 운동은 체중을 이용하여 몸통이 움직이는 운동으로, 신체의 힘과 협응성을 이용해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운동이다. 열린 사슬 운동은 특정 근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할 수는 있으나 관절 안정성과 근육 간의 협응을 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닫힌 사슬 운동은 관절 안정성과 근육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물론 헬스에서는 열린 사슬과 닫힌 사슬 운동 모두 사용한다. 하지만 열린 사슬 운동의 종류가 더 많다. 헬스에서 닫힌 사슬 운동은 중량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이 있는데, 이러한 운동들을 생각해 보면 부상의 위험이 크다고 느껴졌다.
반면 필라테스는 맨몸운동과 흡사하다. 닫힌 사슬 운동이 주를 이루며,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운동으로 안정성에 기반한 근육 발달에 중점을 둔다. 어느 운동이 더 좋은 운동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물론 헬스를 오랫동안 하고 잘하는 분들은 헬스를 통해서도 안정성을 확보하고 신체적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활 분야에 훨씬 가까운 맨몸운동은 신체의 안정성 확보를 기반으로 동작을 만든다. 그리고 맨몸운동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발전한 필라테스는 내가 생각하는 재활 운동과 훨씬 가까웠다.
인체에서 중력은 매우 중요하고,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중력은 지구의 모든 물체에 가해지는 힘으로, 지금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의 뼈와 근육은 중력에 저항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우리가 걷거나 뛰는 등 다양한 운동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의 뼈는 중력을 견딜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들어져 있어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지면과의 마찰을 발생시켜 마찰력 덕분에 발이 미끄러지지 않고 지면을 효과적으로 밀어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중력에 대항하여 인체를 안전하게 지탱하는 것을 안정성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안정성을 기반으로 우리는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재활 운동에서는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 보는 가동성보다 안정성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안정성을 가진 상태에서 운동성이 나오게 해야 하며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서 기능적인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라테스 운동이 헬스 운동보다 조금 더 재활영역에 가깝다.
모든 운동에는 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개인별로 모두 다르겠지만, 운동신경이 좋으며 통증이 없는 사람은 어떠한 운동으로 시작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통증이 있는 사람은 체간(몸통) 안정화 운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신체 어느 부위이든 우리가 움직일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은 코어근육이다. 즉 체간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올바른 움직임이 나타난다. 하지만 통증이 있는 사람은 체간 근육을 활성하기 전에 움직이려는 팔과 다리 근육을 먼저 사용한다. 체간 근육이 안정적일수록 척추와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 부상의 위험과 통증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통증이 있는 사람은 체간 안정화 운동을 선행한 후 다른 운동을 진행하여야 한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근력도 약하고 근육에 자극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 닫힌 사슬 운동은 근육의 협응이나 안정성을 줄 수는 있지만 특정 부위에 자극을 느끼고 강화하기에는 사용되는 근육이 많은 편이다. 자극을 느끼지 못하고, 근력이 약하다면 열린 사슬 운동을 통해서 자극 지점을 먼저 느끼는 것이 좋다. 내가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 알고 운동을 하는 것과 모르고 운동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책 한 장을 넘길 때 내가 사용할 근육을 안다면 팔과 손의 근육을 사용하여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온몸에 힘을 주거나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근육을 쓰면서 꾸역꾸역 한 페이지를 넘겨야 할 것이다. 즉 체간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어떠한 근육을 사용하는지 생각하면서 운동을 한다면 보다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다. 필라테스 운동은 신체의 안정성에 초점을 둔 운동이었기에 재활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