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용서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대해야 하고 반대로 자신을 대할 때는 좀 더 엄격해져야 한다.
헤르만 헤세가 남긴 이 문장은 우리가 삶을 대하는 가장 고귀한 기술을 담고 있습니다. 헤세는 아는 척하며 비난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으로 인내하고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성장을 거듭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본성은 그 반대를 향하곤 합니다. 타인의 작은 실수에는 날 선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자신의 잘못에는 온갖 변명을 동원해 관대해집니다.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가 자아를 찾아가는 혼란스러운 여정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타인에 대한 질투나 복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와 수용이었습니다. 타인을 용서한다는 것은 그들의 허물을 무조건 덮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 역시 나만큼이나 불완전한 존재이며, 각자의 ‘알’을 깨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 중인 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타인에게 다정한 시선을 건넬 때, 세상은 적대적인 전쟁터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정원이 됩니다. 타인을 향한 용서는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자신을 대할 때 헤세는 타협 없는 정직함을 요구합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진다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보는 용기를 뜻합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며 어제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헤세가 말한 자기완성의 길입니다.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엄격한 사람은 주변을 숨 막히게 하고, 자신에게만 관대한 사람은 오만함의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타인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고귀한 성품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의 일상을 돌아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람입니다. 매일 필사를 하며 꾸준함을 실천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두 시간씩 쇼츠(Shorts)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 나태함을 즐기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 때문에 며칠을 끙끙 앓을 정도로 자기 객관화에 서툰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듭니다. 헤세의 문장을 필사하며 흩어진 마음을 다시 모읍니다. 필사는 나를 돌아보는 가장 정직한 거울입니다. 그 거울 속에서 나의 부끄러움을 마주하고, 새해에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엄격해지리라 다짐해 봅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점검하고, 문을 열고 나가 타인이 가득한 세상을 마주합니다. 거울 속의 나에게는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문밖의 타인에게는 따스한 용서와 미소를 건네는 일. 그것이 헤세가 우리에게 남긴 고귀한 삶의 기술입니다.
하나의 세계로 태어나고 싶다면, 뭐든 이것저것 시작해서 경험해야 한다.
10배 혹은 100배 이상의 농밀한 노력을 투자해야 비로소 나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