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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정 May 22. 2022

텃밭 상추로 만든 샌드위치

50일 글쓰기 - 27

아침 일찍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어 아침은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냉장고를 열고 아래위를 훑어봐도 별다른 재료가 없다. 슈퍼에서 어젯밤에 사 온 식빵을 손에 든 채 잠시 고민하다가, 너무 익어 곧 버리게 생긴 토마토와 텃밭에서 어제 수확해 온 상추와 쑥갓을 꺼낸다. 채소 칸을 열어봐도 양파 한 개도 남지 않았다. 요즘 너무 바빠서 도통 장을 볼 틈이 없었다.

그나마 달걀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토마토와 상추를 씻어서 적당한 두께로 썰고 찢는다. 달걀도 지단을 얇게 부쳐 식빵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리고 우리 집에 있는 만능 소스,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를 두세 줄 쭉 짜서 반대쪽 식빵도 덮어주었다.   

식구들이 하나둘씩 식탁으로 모여들더니, 한쪽씩 들고 먹는다.

"오, 맛있는데? 뭐 넣었어?"

"엄마, 상추가 너무 써요!"

"이게 다야? 더 없어요?"

의외의 반응에 '역시 마요네즈와 케첩이야!'라며 한 입 베어 무는데 아, 이유를 알았다. 상추와 쑥갓이 싱싱하다. 으음~ 아삭아삭하니 씹히는 맛이 좋다. 매번 쌈만 싸 먹었는데, 이렇게 먹어도 좋구나. 생각지도 않게 훌륭한 레시피를 찾았다. 날마다 아낌없이 상추를 길러내 주는 텃밭이 있으니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다 싶어 마음이 놓인다. 


오래전에 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북한군으로 나온 장재영이 깡시촌 촌장에게 "고함 한번 안 지르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라 물었고, 촌장님은 "뭘 많이 먹이는 거지, 뭐."라고 답했다. 요즘 정말 집에 먹을 것이 없다... 곧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라 내심 두려웠는데, 이 얼마나 다행인가. 옳타쿠나 싶어 서울 다녀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식빵을 두 봉지나 사서 들어왔다. 폭동은, 잠시 잠재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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