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한 지 4일째다.
지루하기 그지없고, 파이팅 넘치는 맛도 없는 요가. 하다 말다를 반복하던 운동을 꾸준히 해보자는 게 시작점이었고, 시작점에 흔하게 걸리는 많은 운동(헬스, 필라테스, 요가, 조깅 등) 중 선생님 목소리가 제일 좋아서 요가를 골랐다.
이틀 동안 유튜브 영상 속 선생님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은 “아우씨, 선생님. 힘든데요!”였다. 매일 사무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느라 굳어버린 근육은 조금만 비틀고 숙여도 앓는 소리를 냈다. 내 몸이 옛날 옛적 폴더 폰도 아니고 허리가 저렇게 굽혀질 수가 있나? 하는 의문과 고작 20분 만에 등줄기를 타고 일자로 죽, 흐르는 땀을 느낄 때면 왜 요가를 골랐을까 하는 자기반성을 했다.
일요일에도 영상을 틀고 동작을 따라 했다. 이틀 했다고 동작이 익숙해서 선생님 말에 주의를 기울이던 차였다. 몸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지금은 온전히 나의 몸과 마음에만 집중합니다.’라는 말에 요가 중에도 이어지던 잡생각을 끊고 동작에 집중했을 뿐인데 울컥, 올라오는 눈물에 나는 영상을 일시 정지했다. 자세를 유지하며 당겨지는 근육을 느끼고, 깊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느끼고,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자세를 따라가며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요가를 하는 와중에도 사회에 잘 자리 잡은 친구를 떠올리며 내 위치를 가늠해보고, 회사에서의 힘든 일을 떠올리고, 미래를 생각했다. 잠깐의 틈도 놓치지 않고 새어드는 잡생각과 미친 듯이 넘실대는 나의 내면은 불안과 초조와 어쩌지 못할 비교만 가득했다.
요가 시간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잡생각을 위해 요가를 하는 것 마냥 복잡한 마음만이 몸 안에 가득했다. 나의 몸과 마음에만 집중하라는 선생님 말을 듣고서야 처음으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당겨지고 호흡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요가를 좋아하는 거구나. 마냥 지루하고 조용한 운동인 줄 알았는데 요가는 운동의 느낌보다는 나를 마주 보는 수련에 가까웠다. 귀를 세게 때리는 음악도 없고, 다양한 기구를 쓸 일도 없고, 그저 요가매트에서 내 몸에만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에서 얻어지는 평온함.
고작 며칠 했을 뿐인데 운동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흔들리는 마음을 직면했다. 미래를 향한 걱정이 무색하게 무수한 비교와 사회적 기준 속에서 얼마나 나를 방치해뒀는지도. 언제나처럼 많고 많은 잡생각과 밤의 뒤척임에 진절머리를 치던 참에 만난 요가 덕분에 나는 모처럼 평온함을 느꼈다.
오늘도 요가를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잡생각이 올라오겠지만 그 잡음을 꾹 누를 수 있는 날까지 꾸준히 요가를 만나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