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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Oct 01. 2022

강사일기2 - 시쓰기 강의

한산이씨고택 시쓰기 강의

"7시가 되었으니 시작하겠습니다. 가족 단위로 많이 오셨네요. 오늘 어떤 과정들로 구성되었는지 잘 알고 오신 거지요? 먼저 시쓰기 강의가 있고, 다음은 정가 공연이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시쓰기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서 한지에 시를 쓰시고, 그 종이로 청사초롱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럼 이제 시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강의를 저 혼자 이야기하면 재미 없을 것 같아서 중간 중간 퀴즈를 준비했고요, 상품으로 제 책도 몇 권 가지고 왔습니다. 퀴즈를 위해서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먼저 오픈 채팅방으로 들어오세요. 카카오톡 가셔서 말풍선 누르시고 오픈 채팅방에서 검색창에 용인고택 시쓰기라고 치면 방이 하나 나옵니다. 그쪽으로 들어 오세요. 본명으로 들어 오셔도 되고 닉네임으로 오셔도 됩니다. 벌써 떨고 있는 어피치님 들어 오셨네요. 그럼 첫번째 상품을 드리고 본 강의 들어 갈텐데요. 암송할 수 있는 시가 있으신 분은 손들고 가장 먼저 암송하시는 분께 오늘 제가 가져온 책 중에 한 권 골라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고 노래로 불리고 있는 시도 괜찮습니다."


그러자 앞 테이블에 앉은 한 가족의 엄마가 아들에게 재촉한다. "너 있잖아. 그거 풀꽃" 그러자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손을 든다.


 "저 있습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박수 한번 드릴까요. 어린 학생이 대단하네요. 앞에 있는 제 책 중에서 한 권 고르시면 됩니다. 마침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나왔으니까요, 앞에 계신 가족분들 얼굴 자세히 보는 시간 가져 볼까요? 오늘 계신 이곳은 조선 중종 때 한성판윤, 오늘날로 치면 서울시장을 지내신 음애 이자 선생의 고택입니다. 음애 선생은 벼슬도 많이 하셨지만 시인으로 더 유명하셔서 이곳에서 시쓰기 시간을 마련 했습니다. 음애 선생은 달을 소재로 시를 많이 쓰셨는데요, 그중에 '추월'을 제가 읽어 보겠습니다."


가을 달이 너무나 좋아서
맑은 빛 이 밤이 기이하네
강에 비춰지니 물결이 따라 움직이고

산봉우리에 닿으니 그림자가 들쑥날쑥하네
 터럭이 희니 더럽힘이 없음을 알겠고

마음이 참 되려면 속이지 않는 것이 필요하네
나그네의 넋은 늙을수록 느끼기 쉬우니

시 읊고 휘파람 부는 것이 스스로 많을 때이네


"추월을 감상하셨는데요. 좋은 시 같지요?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다른 시인의 시를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도 시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려면 시인은 시를 어떻게 썼는지 분석해보고 같은 방식으로 써 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추월을 가만히 한번 보세요. 긴 시 이지만 내용이 두 덩어리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네 줄은 밝은 달이 뜬 풍경을 사실대로 묘사한 것이고 다음 네 줄은 나의 느낌, 의미, 다짐을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 의미부여 가 이 시의 구조가 됩니다. 그럼 이와 같은 구조로 쓴 다른 시

한 편을 더 보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오줌싸개 지도' 입니다. "



오줌싸개 지도           -윤동주-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이 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의 소재는 오줌싸서 빨랫줄에 널어 놓은 요입니다. 첫 네 줄은 소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습니다. 다음 네 줄은 거기에 의미, 느낌, 생각을 부여했습니다. 이처럼 시의 출발은 중심소재입니다. 중심소재란 내가 겪은 사건이나 바라보고 있는 대상입니다. 대상은 내가 질문을 부여하는 순간 평범함을 넘어 글쓰기의 소재가 됩니다. '이 대상은 왜 이럴까?' '이 사건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도출하면 그 답은 글의 주제가 됩니다. 대상이 정해지고 질문을 답을 찾았다면 시를 쓰면 됩니다.

대상의 현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한 단락 씁니다. 마음속으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서 한 단락 더 씁니다. 대상 + 의미의 시가 완성 되었습니다.  


대상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는 말이 빠르게 와닿지 않으면 기존의 시를 가지고 이 시의 대상은 무엇이며 작가가 던진 질문은 또 무엇인지, 질문에 답은 무엇인지 해석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음의 시 '김현숙 - 운동화'를 가지고 작가가 던진 질문을 유추해보세요.


운동화 빨아 놓고

하루종일

놀다왔다.


고사이

햇볕이 운동화

신고 놀았나


운동화가

따끈따끈하다


여기서 대상, 질문, 답변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 : 따끈한 빨아서 널어 놓은 운동화

질문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답변 : 내가 노는 사이 햇볕이 신고 놀았나보다


자, 이제 첫번째 시 쓰기 원리를 적용해서 한 편의 시를 써보겠습니다.

각자 대상,사건을 선정하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습니다.

그런 다음 대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답변을 적은 두 단락의 시를 써보세요.



#시쓰기 #한산이씨고택 #글쓰기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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