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종, 살인자는 동반자살을 권유한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 실종

by 백승권

사토시는 사람을 죽인다. 하레데의 엄마. 사토시는 직접 죽이려고도 했다. 하지만 도저히 자신의 손과 눈앞에서 생명이 꺼져가는 눈빛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건 살해 대상에 대한 긴 세월 동안의 애정과 의리와는 다른 연유처럼 보였다. 이미 다른 차원으로 선을 넘기로 작정했고 사토시는 이 살인 시도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죽여 달라는 사람도 매일 매시간 이 요청을 거절했던 자신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만 견디고 싶었다. 사토시(사토 지로)는 하레데(이토 아오이)의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살인이 한 여성, 자신과 결혼한 아내를 넘어 한 인간의 엄마를 영원히 빼앗아 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그걸 당연히 했는데도 협력자를 구해 실행한 걸까. 처음 만난 남자에게 내 아내를 죽여주게라고 밧줄을 맡기고 알맞은 공간으로 안내한 걸까. 사람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싶어 정신과 눈깔이 돌아버린 살인자에게 이건 얼마나 안락한 성찬인가. 위로와 공감의 태도로 무장한 살인자는 사토시와 달리 절대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렇게 사토시는 아내의 살인에 가담하고 하레데는 이유를 모른 채 엄마를 잃는다. 사토시는 괴물과 악마의 외형이 아니다. 살인자도 마찬가지다. 먹고살려고 발악하는 인간이고 친족 살인은 생존을 위한 필요악이었다고 설득과 실행에 성공했다. 최초의 악행은 시간이 걸리고 다음은 더 쉽다. 사토시는 살인자와 손을 잡고 연쇄 살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자살을 원하는 자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소통과 실행과 함께한다. 자살을 원해서 연락한 자들 중 실제로 죽음을 원하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토시의 아내도 그랬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절규였지만 사토시는 무시했다. 아무리 괴로움에 발버둥 쳐도 자신을 속이기 힘들었다. 사토시는 연쇄살인범 지명수배 전단에서 살인범의 얼굴을 보고 그만 멈추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살인범을 살해해서 긴 죄책감의 여정을 마무리짓기로 계획한다. 일이 틀어지고 사토시는 돈을 챙기지 못한다. 딸에게 평생 살인자라는 낙인을 찍힌다. 하레데는 무사할까. 엄마를 죽인 살인자와 같이 지낼 수 있을까. 영화 실종은 죽이고 싶다와 죽인다의 사이에서 머뭇거리던 인간이 어떻게 계획적인 살인자로 진화하는지 보여준다. 사토시가 아내의 생존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판단은 하레데가 없다면 조금 더 기능적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토시에겐 하레데가 있었고 같이 살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자 옆에서 아내의 죽음에 가담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자살 희망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살인자들은 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보내며 살인을 저지르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성인 실종사건이 자살로 위장된 살인으로 끝나고 있을까. 왜 감당도 못할 거면서 딸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을까. 죽고 싶은 자들은 살해당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모두가 스스로에게 살 가치를 부여하는 지속 가능한 능력을 지닌 건 아니겠지만. 영화 실종은 던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 선을 넘나드는 공을 보여준다. 공이 바닥에 떨어져 균형이 깨지는 순간, 다시 누군가 죽을 것이다. 그게 하레데가 아니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