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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Feb 18. 2023

수영 - 못생김이 수영에 미치는 영향

평영

어릴적 겪었던 교통사고로 발이 예쁘지 않다. 빠졌다 새로 난 발톱은 울퉁불퉁 두껍고 껍질이 여러 번 벗겨졌던 발바닥은 기워놓은 조각보 같다. 타고난 것도 좋지는 않다. 개구리 같이 동그란 발가락 모양과 도톰한 발등은 사고와 상관없으나 못생김에 한몫 톡톡히 해낸다.


4계절 꾸준히 못생긴 발이지만 샌들을 신어야 하는 여름은 내게 스트레스의 계절이다. 더위를 많이 타 운동화는 못 신고 샌들을 신어야 하는데 디자인 고르기가 참 어렵다. 겨우 골라본 신발은 앞뒤로 막혀있거나 발등을 가려주는 모양뿐이다. 못난이 발을 가진 내게는 예쁜 여름신발이 하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신혼여행 갈 때 제일 신경 썼던 곳도 발이다. 네일아트니 등관리니 하는 것들은 관심도 없었다. 오직 예쁜 샌들을 신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한 달간의 관리로 아주 잠깐 예뻤던 나의 발은 만족할만한 신혼여행 사진을 남기고 끝이 났다. 아이를 낳고 바빠지기 시작하며 관리는 꿈도 못 꿨다. 페디큐어로 잠시 반짝였으나 세월과 함께 금세 내가 알던 발로 돌아왔다.




평영. 배영을 끝내고 개구리 영법이라 불리는 평영을 시작했다. 발바닥이 정면을 보게 발목을 꺾은 뒤 무릎을 굽히고 물을 빵 쳐낸다. 발목 꺾는 법을 배워야 하기에 벽을 잡고 연습을 했다. 강사님은 시범으로 되지 않자 회원마다 발을 잡고 각도를 봐주신다 . 앞 회원부터 자세를 교정하며 다가오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도망가고 싶다. 잠수라도 해서 숨어 볼까.

뱃살 보이는 수영복도 민낯 제대로 보여주는 수모도 안 부끄러웠는데 발은 아니다 싶었다. 집에 가버릴까 생각하는 도중 내 차례가 왔다. 내 맘도 모르고 선생님은 발바닥을 쥐고 힘차게 밀어 자세를 잡아준다.



'하아. 나는 왜 수영을 시작했을까...'




설상가상. 지상에서의 발차기 연습도 시작되었다. 물 밖으로 나오자 나는 더 창피해졌다. 재빨리 끝쪽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엎드린 상태에서 발을 다 가리긴 무리였다. 다른 회원들이 내 발을 볼까 봐 가슴을 졸였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팔동작을 배우고 팔다리를 연결하는 타이밍 연습을 했다. 많은 연습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은 끝까지 발바닥 생각뿐이었다. 발 따라 마음도 못나지는 나. 평영이 늘지 않는 것은 내 못남 때문이었을까



알고있다. 사람들은 내 발따위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잠깐 못생겼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는 내내 두고두고 내 발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는데 잘 아는데 나는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는 것일까.




평영은 배우기 어려운 영법이라 거의 한 달을 연습했다. 못생긴 발을 들킬세라 뻥뻥 차며 열심이었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팔을 가슴으로 가져와 팔꿈치를 굽혀 물을 가르는 동작도 쉽지 않았고 몸은 자꾸만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킥도 내편은 아니었는지 균형이 맞지 않아 속도도 느렸다.


상급반으로 올라온 지금도 난 평영이 제일 어렵다. 이게 다 못생긴 발 때문일까.

개구리처럼 생겼으면 개구리처럼 쭉쭉 나가야 할 것 아니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 마음이 편해질까 싶어 말을 내뱉어 본다.


자꾸만 자꾸만 심술쟁이가 되는 나의 영법. 개굴개굴. 못생긴 평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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