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우리들>에 나타난 일상 공간의 의미 연구

르페브르의 공간 이론을 중심으로

by 무기명
목차

1. 서론

2. 시선에 따라 지각되는 일상 공간

3. 차이와 모순이 인지되는 공간

4. 주체로서 전유하는 체험 공간

5. 결론


1. 서론

영화 <우리들>은 1억 5천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의 독립영화에다 연기가 처음인 아이들이 주연을 맡은 만큼 형식주의 영화처럼 공간, 조명 등 양식화할 수는 없었다. 대신 영화에서는 사실 공간보다 내용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대개 사춘기 소녀들 간의 ‘관계 맺기’ 과정으로 설명되곤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것, 혹은 다른 이들에게 이해받으려 한다는 것은 소녀들의 차원만이 아니라 어른의 사정에서도 실은 굉장히 어렵고 불편하며 끝내 이뤄지기 어려운 허망한 꿈이라는 것이다. 연인이나 친한 친구와 가까운 사이였을 때 둘만이 공유했던 마음의 공간에서 주고받던 말과 행동들은 그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면 타인들에게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며 주인공들의 관계를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해봤을 때는 우리가 겪어온 삶의 과정, 그리고 동네, 초등학교 등 익숙한 일상 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들>이 하고 싶었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일상은 우리가 사는 현실의 삶과 비슷하게 매일매일 되풀이되며 특별한 사건 속에 놓이지 않는다. 일상의 공간은 이미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 인식된다. 그래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은 일상이 투영되는 거대한 거울이다. 즉 일상의 공간은 매일 반복되는 순환적인 공간이다.


<사진 1>

영화에서 공간은 원래의 성격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내러티브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즉, 공간은 때로 본래의 기능적인 역할에서 보다 확장된 역할을 담당하며 주체나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를 전달한다. <우리들>은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만큼 영화 속 공간은 그리 넓은 범위는 아니다. 집, 학교, 학원 등 동네에 머문다. 한정된 곳이지만 일상 공간이 주는 의미를 영화 전개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변하는지가 <우리들>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수미상관법과 같이 영화 <우리들>의 초반 부분인 피구장이라는 공간이 영화 마무리 부분에도 등장한다. 그곳에서의 이선과 한지아의 관계 맺음이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한 설명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진 1> 프레임에서도 보여주듯이 미디엄 쇼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 흐릿한 공간의 거리가 넓어 한지아와 이선은 기둥처럼 보인다. 그들은 서로 교차로 쳐다볼 뿐 눈을 마주치는 장면 또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들> 내용과 함께 흘러가고 있는 일상 공간이 주는 의미를 연구해야 왜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며 공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속 공간들을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자 한다. 그의 공간 이론이 ‘공간’을 다양한 층위에서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회적 공간’이라는 차별화된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 실천적 연구이기 때문이다.

먼저 르페브르의 사회적 공간의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의 공간이론은 “(사회적) 공간은 (사회적) 생산물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의미가 잘 드러난다. 그는 물질적 공간과 인식론적 공간을 통합하여 현상학적 공간의 역사성과 더불어 사회학적 공간 구조의 관계로 파악하였다.

르페브르에게 모든 공간은 사회적 공간이며 사회적으로 생산된 것이다. 이 공간의 생산을 세 가지 개념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일단 이 세 가지 개념, 공간적 실천, 공간 재현, 재현 공간을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에서 직접 인용해 자세히 설명 후 본론에서 <우리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공간적 실천. 이것은 생산과 재생산, 특화된 장소, 상대적인 응집력을 유지시켜주는 데 필요한 사회적 훈련 각각이 필요로 하는 고유한 공간의 총체를 모두 아우른다. 이러한 응집력은, 사회적 공간과 주어진 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공간과 맺는 관계에 있어서 확실한 능력과 이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 수행을 전제로 한다.” (르페브르/양영란역, 2011, 『공간의 생산』, 에코리브르, p.80)
“공간 재현. 공간 재현은 인지된 공간, 즉 학자들이나 계획 수립자들, 도시 계획자들, 공간을 구획 짓고 배열하는 기술관료들, 체험된 것과 지각된 것을 인지된 것과 동일시(숫자에 대한 현학적인 사변들, 이를 테면 황금분할수, 정수론, 비율 등이 이 같은 현상을 지속적으로 부추긴다)함으로써 과학성을 추구하는 일부 예술가들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주어진 사회(생산양식)에서 지배적인 공간이다. 공간의 기획은 언어적 기호, 그러니까 지적으로 연마된 기호의 체계화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재현 공간. 재현의 공간은 공간에 따르기 마련인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서 체험된 공간, 즉 주민들, 사용자들, 그리고 몇몇 예술가들, 기술하는 자, 아니 단지 기술한다고 생각만 하는자들, 즉 작가들과 철학자들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지배를 받는 공간, 즉 상상력이 변화시키고 자기의 것으로 길들이려고 시도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대상들을 상징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물리적인 공간까지도 내포한다. 따라서 재현 공간들은 비언어적인 상징과 기호들의 다소 일관성 있는 체계화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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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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