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무뚝뚝했지만 큰 키에 듬직하고 일처리가 빨라 능력 남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미영 씨 오늘 시간 되세요?”
“아... 네. 왜 그러시죠?”
“뭐, 그냥 술 한 잔 하고 싶어서요.”
“네....”
“오늘 부서 팀원들 몇 명하고 같이 가기로 했는데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그는 미영의 사수였다. 평소에 말이 없던 그는 그날따라 친절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단골 술집인 듯한 곳으로 익숙하게 우리를 안내했다. 술집 내부는 재즈음악이 생으로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고 은은한 조명에 벽에는 양주들이 긴 줄을 긋고 있는 것이 마치 또 다른 사랑의 경계선을 보는 듯했다. 그날 그녀는무엇인가에 이끌린 듯한 감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안정되어 있었다. 정우와도 작가가 꿈이었던 그와 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마치 따스한 봄날에 돋아나는 죽순들이 있는 대나무 숲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남편의 이름은 김진영. 고향은 서울이다. 엄한 교육자 부모 아래에서 장남으로 자랐다. 서울 남자들은 친절하고 말 수 가 좀 있다고 예상했지만 그것이 그녀의 고정관념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남편을 만나고서부터다. 소문은 단지 소문일 뿐인 경우가 많다는것을.
그날 재즈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신 이후 남편과는 어느새 익숙한 사이가 되어 갔다. 퇴근 후에는 자연스럽게 저녁도 같이 하는 사이가 되면서 회사 내에서는 얼마 후에 두 사람은 결혼할 것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녀는 그러한 소문이 싫지 않았다. 괜찮은 집안에 능력 있는 남자였던 그가 결혼할 상대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의 아들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는. 그날 재즈가 흐르던 곳에서 보았던 그 사랑의 경계선을 넘어서며 결혼은 일 년 후에 했다. 말 수가 없었지만 남편은 친절했다. 같이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오는 일상이 선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