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주는 힘

성서백주간 제24주 차(1 사무 1-15 ) 묵상

by 김곤

저는 마음이 무거워 주님 앞에서 제 마음을 털어놓고 있었을 뿐입니다.(1 사무 1, 15 참조)



"복도에 나가 손들고 있어!"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거나 방학 숙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교실 밖 복도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어야 하는 벌을 받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물건 없이 그저 손만 높이 쳐들고 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힘이 들어 도중에 손을 내리는 등 꽤도 부리기도 합니다.




저는 고무밴드와 맨몸을 이용하여 근육운동을 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무게가 제로에 가까운데도 고무줄 잡아당기기를 반복하면 부담이 가기 시작하고 근육에 힘이 가해집니다. 그러면서 무게감도 느끼기 시작합니다. 또 무릎 보호를 위해 앉아서 또는 서서 다리 들기를 반복하면 허벅지에 힘이 가해지고 세트 수를 늘리면 헬스 기구를 이용하지 않음에도 운동 효과를 봅니다.


전문 산악인이 히말라야와 같은 곳을 오르는 중간에 몸에 지닌 것들을 벗는다고 하지요. 그래야 몸이 가벼워져 마지막의 극한을 이겨 내고 정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도 몸이 가벼우면 움직이는 데도 편합니다. 최근에 받은 수술로 운동을 할 기회가 줄어 몸무게가 늘었습니다. 그랬더니 몸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먹는 양을 줄이고 산책 시간을 서서히 늘렸더니 몸이 가벼워지지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감정이 입고 있는 옷의 무게는 얼마일까? 한겨울처럼 여러 겹의 감정의 옷들을 입고 있다면 조금씩 벗으며 무게를 줄여 나가는 것은 어떠할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매일 아침저녁에 주님께 기도의 시간에 가끔은 해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일단 눈을 감고 주님과의 소통을 시작하면 어느새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감사하며 서사에 몰입합니다. 어느 저녁은 그날에 쌓인 무겁던 감정들을 주님께 털어내다 보면 주변이 보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은 가벼워지고 행복한 저녁을 맞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도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마음의 짐을 털고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 바로 주님과의 소통의 시간. 그래서 저는 그 시간이 좋습니다. 그날의 잘못을 돌아보고 저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감사하다 보면 내 안에 평화가 불어옵니다.


신부님들이 고해소에 들어오는 많은 신자들이 타인에 대한 미운 감정을 토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신부님은 모든 것이 나의 탓이라고 마음속 먼지들을 털어내면 좋을 텐데 하면 아쉽다고 했습니다. 미사 중에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고 우리는 다 같이 외치며 각자 지은 죄를 하느님께 고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오늘 저는 되돌아봅니다. 이 외침이 그저 습관적으로 성전 안 허공에 뿌려대는 언어의 알갱이는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오늘 성경말씀 속 여인인 한나의 모습처럼 주님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하여 하소연하다 보면, 그리고 엘리가 사무엘에게 “그분은 주님이시니, 당신 보시기에 좋으실 대로 하시겠지” (사무엘 3, 18 참조)라고 한 것처럼 언젠가 주님이 좋아하시는 모습대로 하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면 너무 좋겠습니다.



ps: 주 하느님, 저희가 자신을 낮춤으로 주님께 다가갈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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