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며칠 후 지방에 사시는 친척분이 오셨다. 아내는 장모님 옷장에서 입을 만한 것을 추려서 그분에게 드렸다.
지난달 미국에서 오셨던 처외삼촌에게 집에 있던 잠바를 드렸더니 내게 이렇게 말씀했다.
"네가 준 게 너무 좋아 잘 입고 다닌다. 고맙다."
나에게는 맞지 않아 평소에도 입지 않고 옷장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던 그 옷 한 벌이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어져 쌀쌀한 날씨에 보호막이 필요했던 그분에게는 뜻밖의 좋은 선물이 된 셈이었다.
이처럼 나에게는 효용가치가 별로인 것이 누구에게는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있지만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다.
아침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으면 식빵을 한 조각 내게 건네면서 아내는 늘 무엇인가를 발라준다. 주는 대로 잘 먹는 나에게 그날은 아내가 토스트기에서 식빵을 꺼낸 채로 바로 주면서물었다.
"뭐 발라 먹을래?"
"아니, 난 그냥 이대로가 좋아."
사실 나는 식빵을 먹을 때 쨈 종류를 바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삼겹살과 상추를 따로 먹어야 고기 고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듯이 식빵도그렇다고 여긴다. 무엇인가 첨가를 하게 되면 빵이 갖는 태생적 향기가 그것에 묻혀 사라지는느낌이다. 그래서 난 구운 채로 먹는 것이 좋다.
한 번은 외출 준비를 하는 딸에게물었다.
"화장을 굳이 하지 않아도 예쁜데 왜 하는 거야?"
"그래도 해야 돼"
"그럼, 약간만 하는 게 어때?"
"난 진짜 연하게 하는 거야. 그렇지? 엄마."
"응. 그렇지, 아빠는 몰라. 왜 화장하는지를"
아내의 이 말이 들리는 순간이었다. 난 잼이나 치즈 등을 빵에 발라 먹으면 맛이 업그레이드되는 가치를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