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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n 11. 2020

음머와 씩 웃음

말놀이


돈방석에 앉아 보려고 키우는 개에게 장난 삼아 기대했다.

음머하며 따라 해보라 했다.
씨익 웃으며 따라 해보라 했다.

꼬랑지만 살랑살랑.
반복해도 두 마리 모두 못 한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말을 하는 건 입이 있어서 아니라 지성과 감성이 넘쳐서다.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다.

근거가 셋 있다. 동물은 입이 있어도 말 안 한다. 농아는 입 대신 손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우리 집 개 두 마리.

뒤집어 보면 동물은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 지성 또는 감성이 없거나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약해서. 아니면 개처럼 수준에 맞게 달리 표현 방법을 개발해서.

구강구조의 문제가 아닌 거다. 동물도 인간처럼 지성과 감성이 풍부하다면, 그걸 표현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말을 텄을 터.

그렇게 보면,
말이란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해부학적 관점으로,
말이란 인간의 구강 구조물, 숨의 폐, 신경의 두뇌간 인위적 조율이다.

뻔한 말 왜 하냐고?

첫째,

뻔할까?. 어디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어설퍼도 최초란 게 중요하다. 생각날 때 얼른 말하는 게 임자.

둘째,

나도 인간이기에, 지성과 감성이 넘치기에, 표현하고 싶기에 말하는 거. 즉 근거 셋에 나의 사례를 보태서 네 번째 근거를 대는 거.

쓰고 나니 말장난 같다.
생각놀이란 게 원래 이런 거.

뭐든 언뜻 생각나면 기존의 관념이 과연 그런가 의심해 본다. 그다음 파 들어가 보고, 뒤집어 보고, 쪼개 보고, 합쳐 보고, 섞어 보고, 덧붙여 보고, 확장해 보고, 축소해 보고, 빗대어 보고, 역으로 보고, 상상해 보고, 경험에 비추어 보고. 가능한 생각을 총동원한다. 새롭게 보되 가장 중요하게 시도해 본다.

그러다 보면 소 뒷걸음에 쥐 잡듯이 언젠가 왕건이 하나 걸리겠지?
그럴듯해도 어차피 완벽 아닌 인간 누구도 완벽한 말은 할 수 없으니까.
그럴 듯 한 말도 다 해 먹은 건 아닐 테니까.
내가 더 배웠을 수도, 더 살았을 수도, 더 경험했을 수도, 더 새로운 시각일 수도 있으니까.
아님 말고.

다음에 개 키울 때는 강아지 때부터, 태어날 때부터 음머, 씩 웃음을 훈련시켜 봐야겠다.ㅎㅎㅎ


2020.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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