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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Sep 09. 2020

내부 고객

영업의 원리


영업에 나는 없다.




1988년.

신입사원으로 63빌딩에서 근무할 때.

LG 그룹사는 쌍둥이빌딩이지만 사정상 1년 63빌딩 11층에서 근무했다.


내 임무는 석유화학 원료를 수입해서 여수 공장에 공급하는 일.

서울서 여수가 멀어서 국내선 비행기로 출장 간다.


한 달에 한 번 1박 2일.

한 달에 2일은 여수서 근무, 나머지는 서울 근무.


2일 빼고 한 달 내내 전화로 업무 처리.

출장 결과가 좋으면 한 달 내내 업무 협조 오케이.


첫 출장 첫날 오후에 여수 도착.

몇 시간 일 보고 저녁에 여수 돌산인가 회식 장소로 이동.

일부러 내 출장에 맞춰 관련 부서 직원 회식.

얼추 15명 정도.


식사 나오기부터 좌석서 일어나서 소주병 들고 한 명씩 권하고 받고.

권하고 받고..... 15번. 30잔. 4병.

주량은 최고 2병.

마시다가 쓰러진다.


다음날 아침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일어나니 부장님 숙소다.

몸이 휘청한다.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필름이 끊긴 거다.


이틀째 공장으로 출근하지만 속이 뒤집혀서 업무를 못 보고 그냥 비행기 타고 온다.

그러고 나서 한 달 내내 업무 협조 200%다. 전화 한 통화면 만사 일사천리다.


1명 : 15명

빼도 술을 먹어야 하고, 안 빼도 먹어야 한다.

차라리 먼저 권하다 뻗는 게 낫다.


1년 12번 여수 출장 가면 나는 없다.


30여 년 전 얘기지만 원리는 같을 거.




럭키소재. 갓 입사한 신입사원 때. 63빌딩 11층.





* 배경



한 건에 10억짜리 석유화학 원료 수입 관련 정보 수집, 미팅, 가격 네고부터 잔무 처리까지.

본사에서 서너 명이 팀으로 할 일을 혼자 해야 한다.

아침 6시 회사 근처 영어회화학원, 7시에 회사 나가서 세수하고 일 시작,

근무 시간에 시간이 부족해서 화장실에 문서를 들고 가서 읽고, 밤 12시 퇴근.

도저히 공장 일을 처리할 여유가 없다.

공장에서 사소한 클레임이라도 걸면 본사 업무 스톱.

출장 간 날 한 달 일을 미리 처리해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술 먹다 뻗는 거였다.





* 너무 심한 경우라 일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극단적인 경우가 사례로는 적절하다.




* LG는  인화 人和를 중시하는 그룹이다.



적당히 선진 기술을 베껴서 만들어 팔아도 충분한 시절.

'나는 없다'형 인간은 튀어나온 못이라 두들겨 맞았다.

한 세대 30여 년 지난 지금 LG는?

앞으로 30년 후는? LG가 존재하기를 바란다.

총각 때 헌신했던 회사니까. 우리나라 얼굴 기업이니까.


삼성은 '나는 없다'형 인간형을 원했다.

30년 지난 지금 삼성은?

앞으로 30년 후는?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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