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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Jun 12. 2021

역사상 가장 짧은 8개월 의 임금, 인종 이야기입니다

제12대 왕 인종


인종의 고단한 삶은 태어난 지 7일 만에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 장경왕후(章敬王后) 윤 씨(尹氏)는 산후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잃은 어린아이는 계비인 문정왕후의 손 아래 자라난다. 훗날 아버지 중종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31세 (1515 ~ 1545)로 생을 마쳤다. 약 8개월이 재위 기간이다.


인종은 조선왕조 왕들 중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위에 있었다.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 기간 동안 권력을 위한 암투가 있었나 보다.


인종 독살설은 야사로 다수 전해지는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문정왕후의 권력욕에 대한 여러 정황상 설득력이 있다.

인종은 아버지(중종)의 세 번째 부인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의 새엄마는 중국의 측천무후와 비교되기도 하는 문정왕후였다.


그녀는 남존여비 (男尊女卑) 사상의 조선 사회에서 비록 수렴청정이었지만 권력을 휘두르며 남성 위주의 신하들을 꼼짝 못 하게 했다고 한다.


* 남존여비 *


《남자(男子)는 높고 귀(貴)하게 여기고, 여자(女子)는 낮고 천(賤)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사회적(社會的) 지위(地位)나 권리(權利)에 있어 남자(男子)를 여자(女子) 보다 존중(尊重)하는 일.》


- 한자 사전 -


문정왕후는 일찍 어머니를 잃은 인종을 정성껏 보살폈지만 그건 권력을 위한 필요였지 진심이 아니었다. 그녀는 딸만 셋을 출산했고 30대 후반에서야 노산으로 아들을 낳은 후 세자로 삼기 위해 인종을 심하게 견제했다. 그런 이유로 인종 독살설이 야사에 많이 기록되었나 보다.


새어머니인 문정왕후는 자신이 낳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려고 인종을 몹시 심하게 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인종에게 살뜰히 떡을 먹으라 권했는데 그날 떡을 먹다가 쓰러져 즉사했다는 이야기가 야사로 전해진다. 다소 과장된 내용이긴 하나 인종의 죽음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라 하겠다.


인종은 스스로 굶어 죽은 왕이란 말도 있다. 실록을 보면 왕에게 고기를 권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거식증이란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섭식 장애다. 이 병은 불안정한 강박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는 뇌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인 미각과 후각에 문제가 있었다고도 한다.


주변에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이 홀로 감내해야 했을 왕의 자리가 그런 병적인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다음 1545년 인종 실록 6월 26일의 대화를 잠시 살펴보자.


"상의 기운이 매우 까라져 막 잠드셨는데 갑자기 헛소리를 하는 증세가 있고 기운도 끊어지려 하므로, 궁중이 허둥지둥 위구(危懼)하여 어쩔 줄 모릅니다."


하고, 윤흥인(尹興仁)이 나와서 말하기를,


"상께서 열이 극심하여 혀가 짧아지고 정신을 잃으셨는데 병세로 보면 오늘 밤도 넘기기 어려우실 듯합니다. 이처럼 답답한 일이 있겠으며, 어떻게 구료 해야 하겠습니까?" 하였다.


약방제조와 승지·사관 등이 곧 경회루(慶會樓) 아래 수각(水閣)에 가서 문안하니, 박세거가 나와서 말하기를,


"상의 증세는 대개 더위에 상한 데다가 정신을 써서 심열(心熱)하는 증세는 있어 매우 지치셨는데, 약을 물리치는 것이 너무 심하여 광증을 일으키실 듯합니다. "



이질 (설사) 증세가 심해지고 인종은 시름시름하다가 결국 7월 1일 세상을 떠난다.


훈구세력의 기를 누를 만큼 강한 기질을 지닌 문정왕후를 어머니로 모시며 살아야 했던 인종은 그렇게 짧은 생을 마쳤다.


그의 뒤를 이어 문정왕후의 아들인 명종이 왕에 오른다. 여인천하 수렴청정의 시대가 열린다.

효릉은 인종을 모신 능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있다.


이전 11화 스트레스에 시달린 중종과 대장금, 재상 반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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