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며 알게 된 삶의 맛들_프롤로그
나는 내가 평소 가족들을 위해 만드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음식을 만들 때 내가 느끼는 마음, 떠오르는 생각들, 그리고 사소한 에피소드와
그 속에서 얻게 된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결혼하기 전에는 라면밖에 끓일 줄 몰랐다.
엄마는 늘 “시집가면 많이 할 텐데~”라고 하시며 주방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그런 엄마의 배려 덕분인지, 아니면 그 시절 요리에 대한 나의 무관심 때문인지,
나는 주방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었다.
혼자 있을 때면 간단히 라면을 끓여 먹곤 했기에
라면 봉지의 뒤편에 적힌 조리법만큼이 내가 아는 요리의 전부였다.
그러나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가족을 먹이는 자리는 자연스럽게 내 차지가 되었다.
정말 엄마 말씀처럼.
그렇게 갑작스레 주방으로 던져진 나는 어쩔 수 없이 요리를 시작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어쩌면 엄마의 말씀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당연함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시집가면 많이 할 텐데~”라는 말.
밥을 하는 일은 자연스레 ‘내 일’처럼 받아들여졌고,
오히려 처음 하는 새로운 일이기에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먹을 것을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을 알기에, 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일도 분명 소소한 즐거움이 될 거라 확신했다.
결혼하고 처음 요리를 했던 날,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 나의 배우자가 맛있게 먹고 기뻐하는 모습을 본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작은 순간이 큰 보람으로 남아, 요리는 내 삶에서 단순한 노동 이상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가족이 늘어나면서, 요리는 점점 더 커다란 의미와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
음식은 단순히 맛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밥을 먹는 시간’의 따뜻함, 건강을 생각한 음식의 궁합과 영양 균형, 저마다 다른 가족의 입맛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 했다.
요리는 어느새 나의 삶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간 중 하나가 되었고,
그 시간을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다는 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삶, 그 자체의 행위다.
나에게는 글을 쓰는 일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음식을 먹는 행위로 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동시에 나는 글을 쓰는 행위로 마음속의 에너지를 채운다.
이 두 가지는 내게 참 닮아있다.
요리는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재료를 다듬고 불을 조절하며 그 과정에서 작은 변화를 느끼고, 마침내 내 방식으로 음식을 완성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단어를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으며 내 생각과 감정을 재구성해 나에게만 있는 글을 만들어낸다.
요리와 글쓰기에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누군가를 채울 수 있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요리해서 누군가에게 육체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내가 기록한 글은 나 자신의 내면에 에너지를 채움과 동시에 그것을 읽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에너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들을 떠올리다 보면 작고 사소한 일들이기도 하지만,
나는 내 안에 있었던 음식과 연결된 이야기를 나만의 맛으로 요리해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