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며 알게 된 삶의 맛들_11
수박을 갈아 아이스크림 틀에 붓고, 냉동실에 넣었다.
얼어 가는 동안 기다리며 요거트를 준비한다.
다시 틀을 꺼내 얇게 요거트를 덧바르고 또 잠시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키위를 갈아 올리고 내일까지 단단히 얼린다.
인공적인 단맛 대신 과일 그대로의 맛을 아이스크림에 담는 거다.
이렇게 완성된 건강한 수박바를 꺼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궁금한 듯 달려온다.
뭘 만들고 있냐고,
언제 다 완성되냐고 물어보며
마치 춤을 추듯 스텝을 밟으면서
냉장고 앞을 맴도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우리 아이들만 했을 때,
엄마는 언제나 주방에서 바쁘셨다.
오른쪽, 왼쪽 몇 번의 손놀림이면
뚝딱 한상이 차려졌고,
식사 외 시간에도 배고프다는 나의 한마디에
간식 역시 순식간에 만들어지곤 했다.
가끔 나도 친구들처럼 밖에서 파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엄마에게 떼를 쓴 적도 있다.
엄마는 “밖에서도 맛난 걸 먹을 수 있지,
그런데 그보다 더 깨끗하고 맛있게 집에서도 할 수 있어 “라며
주방으로 향하셨다.
엄마의 음식은 언제나 맛있었지만
그 시절에는 왠지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더 끌렸다.
엄마만의 고집이 어딘가 야속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
식사뿐만 아니라 간식까지 두 손으로 준비하던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 먹기 시작하면서
나도 고민이 많아졌다.
인공 감미료며 첨가물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나도 아무렇지 않게 사주게 되면서
얼마나 건강에 나쁜 건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대신 차라리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결심이
마음속에 움텄다.
어쩌면 엄마처럼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건강하게 간식을 만드는 풍경이 그리웠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하던 말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먹을 수도 있지. 근데, 엄마가 더 맛있게 만들어 줄게!”
아이스크림 만들기 마지막 과정에서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재촉한다.
“조금만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거야.”
기다림이라는 숙제가 던져졌지만, 나는 알고 있다.
기다림은 단순히 더 좋은 맛을 위한 과정일 뿐 아니라,
삶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것을.
수박바를 만들고 있는 이 순간, 나는 생각한다.
하루 세끼를 차리고,
때마다 배고프다는 아이들의 한마디에
간식을 만드는
사랑 그 외 또 사랑을 부어 주는 마음 안에서
아이들은 기다림을 배우고
나는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되새긴다.
“엄마가 만든 아이스크림 정말 맛있다!”
내가 만든 수박바를 먹으며
달콤한 웃음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보니,
어린 시절 먹었던 엄마의 간식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엄마가 늘 내게 주셨던 행복과 따뜻함이
나는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