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비 Jan 02. 2024

인생 첫 회식이 축구 회식

2023.09.08


왕복 배송비를 지불하고 사이즈 교환을 마친 풋살화 드디어 도착

 일주일 사이에 날이 무척 선선해졌다. 지난주에는 비가 올 듯 말 듯 하여 습도가 꽤나 높았던 탓에 모두들 운동하며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고 나는 세 바가지 정도 흘렸다. 이번 주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바쁘게 바람이 불어와 열기를 식혀주었다. 구장에 도착하자 회장님께서는 유니폼을 건네주셨다. 다리가 아파 탈퇴한 단원이 반납한 유니폼으로,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내 등 번호는 그렇게 77 더블 럭키 세븐이 되었다. 이제 진정한 축구단의 일원이 된 것 같다. 사람들 간의 관계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원들의 얼굴과 이름이 완벽하게 매치되는 건 아니고, 95 퍼센트는 언니로 부르면 되니까 나보다 어린 몇 사람의 이름이라도 우선 잘 외우기로 한다. 그 몇 사람들은 나보다 어리긴 해도 같은 30대라서 괜찮았(? 뭐가 괜찮았?)는데, 회식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우리 코치님은 나이가 무려 20대 초중반이라 신다. 지난주에 처음 뵀을 때, 축구장에서 연습 중인 유소년인 줄 알았던 그 이미지가 거의 맞았던 것이다. 언니들은 코치님 어머니의 나이를 묻더니 본인들과 거의 같다면서 호탕하게 웃으셨다. 나이가 몇이든 간에 잘 가르쳐 주시니까 아무렴 상관없다. 코치님은 이번 주에 삼각 패스와 사각 패스를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주셨다.


이번 주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과 웨일스 국가대표 팀의 평가전도 있었다. 경기가 너무 한 새벽이라 보지는 못했고(0-0으로 끝나서 다행?), 선수들이 웨일스로 합류하는 모습, 완전체로 모여서 훈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은 며칠 전부터 follow up 하는 중이었다. 그런 영상 속에서만 보던 훈련과 비슷한 걸 내가 요즘 하고 있다니 뿌듯할 따름이다.


훈련을 마치고 팀을 나누어 연습 경기를 치를 때도 패스를 주고받는 데 중점을 두고 하라는 코치님의 주문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는 골 욕심을(가질 능력이나 됐었나?) 내려놓고, 할 수 있는 한 시야를 넓히고 되도록이면 패스 플레이를 하고자 노력했다. 물론 잘 안된다. 사실 이번 주 모임에선 회식에 방점이 찍혀있어서 얼른 훈련 마치고 치맥 하러 갈 마음으로 부풀어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이번 주는 대망의 F/W 회식이 있는 주였다! 회식은 정말 즐거웠다. 많이 웃어서 오른쪽 종아리 햄스트링 보다 안면 근육이 더 아팠다. 따져보니 내 인생 첫 회식이어서 더 의미 있었다. 인생 첫 회식이 축구 회식이라니. (실력 빼고)벌써 축구인이 다 된 듯하다. 흥겨운 마음으로 먹고 마시며 축구로 소모시킨 칼로리의 두 배쯤을 도로 보충했다. 이번 주에 붙은 치맥 살은 다음 주에 피치 위에서 빼는 것으로. 


순살 3종 세트
콘치즈 누룽지 닭
골뱅이 소면
이전 04화 두 번째 출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