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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Feb 19. 2024

상담기록 1. 인생은 고(苦)

자신을 기울어져서 바라보네요.

2021 상반기 나는 목이 마비되는 듯한 아니, 목이 쪼여와 숨을 쉴 수 없음을 느끼며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곤 했다. 통증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며, 증상이 모호해서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잘 몰 그 증상이 찾아올 때마다 대책 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하반기 출근길 안전벨트를 한 순간부터 목을 죄여옴을 느끼며 차의 작은 진동에도 불안도가 높아져감을 느꼈다. 병을 키우는 성격이라 병원을 미루고 미루다 잠을 자는 중에 목을 죄여오는 통증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 후에야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거쳐 대학병원을 찾아갔을 때 이비인후과 교수님은 이쪽이 아닌 것 같다며 신경과나 정신의학과를 추천하셨다. 그리고 2022년 1월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감정을 누르기 때문에 몸으로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하셨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그런 나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직장에서 모습과 가정에서 모습 그리고 그 감정을 다루는 나에 대해 물어보곤 내가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 못하며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셨다. 그리고 나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먹으며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잠드는 것을 어려워하며, 2시간 또는 3시간 단위로 잠을 깨며, 여러 개의 꿈을 기억하며 새벽 5시나 6시에 일어나던 내가 약을 먹은 후론 깊이 자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걸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숙면은 삶의 질을 높였다. 그러나 불안도는 약을 먹는다고 나아지는 것은 아니. 약은 나를 도와주는 보조제일뿐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인 생각들이 나의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게 만들며 불안도를 높인다고 생각했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끊임없이 자각하고자 애썼다.  나를 알고 현재를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불안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나는 아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변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힘, 나의 의지, 삶의 방향에 대한 생각들은 나를 변화시키기에 부족했다. 그래서 상담을 통한 나를 자각하고 합리적인 신념을 가지는 것이 필요했다.


첫 만남에서 상담자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하라고 했다.

나는 간단히 나에 대해 소개하고 공황장애 증상이 있으며, 불안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인생은 고(苦)라고 생각해요."


나의 이야기를 차분히 다 듣고 난 상담자의 첫 질문이었다.


상담 공간의 한 켠엔 책으로 빼곡했다. 책들은 대부분 상담 서적이었으며 그중에 내 눈에 밟히는 책이 아단어가 있었으니 '마더'였다.

15회 진행 과정에서 그 '마더'라는 단어는 늘 내 눈에 밟혔으니 그건 아마도  나와 엄마, 엄마인 나와 나의 딸 관계 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나의 비합리적인 생각들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나는 화가 많은 사람입니다." 


거의 매일 가족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나는 통제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의 시작으로, 화를 자각하며, 나를 타자화 시키고자 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쓰다 보면 나는 힘이 부족해 감정이 이성을 앞서 화가 나의 전부가 된다. 이런 모습을 나는 화를 다루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했다고 표현하지만 편은 내가 화를 누르다 폭발한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나의 화 문제가 부부 싸움이 되고 아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과정의 절정에서 나는 모든 갈등의 원인이 나로 귀인되며 나는 절망의 나락에 빠져 삶을 회피하고자 생각을 가지고 극한으로 몰아나를 본다.


  "자신을 기울어져서 바라보네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안 좋은 부분을 최대한 부각해 바라보고 생각하며 일어나지 않은 상황까지 나를 깊이 끌고 가는 것이다.

밖에서 나 굉장히 외향적, 사교적이며 자기가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으로 보이나, 사실 나는 내향적이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외부 자극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직장에서 본연의 모습이 아닌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나로 살아가느라 힘을 다 쓰고 퇴근 후 가정에서 폭군으로 생활한다. 작은 자극에도 극도로 신경질적이며, 내 머릿속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화를 참을 수 없으며, 모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기며 제일 가까운 가족에게 상처를 주며 가정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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