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무 Jun 03. 2024

교원상담 기록 3. 질문을 던져보라.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물 흐르듯 흐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상담을 받고 나면 '진 빠진다'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내 상태가 엉망진창이 된다. 그 사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토해내는 기분이다. 이번 주 나는 동 교과 선생님이랑 갈등이 있었다. 더 정확한 표현은 눌렀던 내 감정이 터져버렸다. '교과 협의회'라고 쓰고 '교과 통보'라고 나는 읽는다.

 3달의 시간 동안 수업 내용, 1회 고사, 수행평가 내용 등 협의회라는 명목 아래에 내 의견이 수렴된 적이 없다. 2번째 수행평가가 다가오면서 동 교과 선생님이 메신저로 1안과 2안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나한테 전화해서  B 동 교과 선생님은 2안이 괜찮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럼 2안으로 하세요. 제가 의견을 낸다고 해서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나요? 더 하실 말씀 있나요?"

 "아니요."

 "그럼 전화 끊어도 될까요?"

 "네."

 그리고 A 동 교과 선생님은 메신저로 전체 수행평가 안내 자료를 보내며 마무리 지었다. 말할 귀는 있으나 들을 귀가 없다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 나는 그 뒤로 A 선생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못했다.

 이 이야기를 상담사에게 말했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그렇게 얘기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그동안 저는 제 수업의 자율권이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났어요. 어쨌든 바뀌는 건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제 마음을 표현한 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질문을 던져보세요."

 "1 단계 객관적인 선상에 두고, 중요한 일인지, 사소한 일인지.

 2 단계 1단계를 거친 일이 정당한 감정인지, 과도한 감정인지.

 3단계 중요한 일이라면, 정당한 감정이라면 내가 바꿔야 하는 것이고, 사소한 일이며, 과잉이라고 여겨진다면 내가 수정돼야 하는 것이죠."


 나는 생각했다. 수업의 자율성은 교사의 고유한 권한인 것이다. 그러나 학급 인원이 많고, 교사 A, B의 의견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그들과 똑같이 수업하지 않았을 때 따라오는 불이익과 민원은 나의 책임이다. 나는 내려놓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자율성이 없는 그 수업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고유 방법으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편하게, ~해야 한다." 

 그래,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물 흐르듯 흐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PHOTO By J. E. 꽃을 좋아한다는 말에 점심 시간마다 꽃 하나, 꽃 하나, 앵두 하나를 안겨주는 아이들

이전 12화 내가 나를 치유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