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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Apr 08. 2024

상담기록 5. 딸

나는 이렇게 애쓰며, 내 딸을 사랑한다.

나는 내 딸을 사랑하지 못했다.

울며 기도한 날도, 남편을 붙들며 어떻게 자신이 낳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자 노력하며 좌절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한 날도, 그녀가 내 품에 안겨 자는 날도, 그녀가 흥에 겨워 엉덩이를 덩실덩실거리는 날도 나는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다. 어떤 날은 딸이 미웠다. 나의 밑바닥을 내보이게 하는 존재 같았다. 어떤 날은 다 포기하고 사라 지고 싶었다.


 "딸과 아들이 있어요. 딸에게는 엄하고, 사랑을 표현하기보다는 통제와 질책을 많이 해요. 사랑을 표현하는데 노력을 해야 해요. 반면, 아들에게 대하는 건 달라요. 아들은 그냥 사랑해요. 노력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워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아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요."

 "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렇진 않아요. 다만 온전하게 사랑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요. 딸이 둘째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았을까요." 

 "사랑의 형태와 사랑을 하는 방식이 어떻게 한 가지만 있겠어요.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아니죠. 선생님이 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죠."


그녀가 태어나고 나는 '엄마'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이 어려웠다. 아이를 낳으면 모성애가 생겨 사랑이 넘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나는 달라진 내가 보였다. 마치 짐승 한 마리가 젖을 물리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는 흐릿했다. 모든 시간이 그녀에게 맞춰진 시간이었다. 밥을 먹는 이유, 밥을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나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말은 그녀의 온 세상이 나라는 것이다. 

처음 느끼는 감정, 생각, 경험이 나는 낯설고, 힘들고 우울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처음을 받아들이는 일에 다른 사람들 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힘들어했다. 내가 예측할 없으며 통제할 없는 일 그건 두렵고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환경에 노출이 되면 몸이 반응한다. 호흡이 헐떡거리는, 없는 두통과 숨쉬기 어려운 몸이 작게 마음을 두들긴다. 


 '힘들구나. 생각을 멈춰. 여기서 벗어나.'



 

 딸과의 갈등을 이야기했을 상담 선생님은 내게 웃으며 말했다. 딸의 반응과 생각이 아주 건강하다고, 딸이  엄마보다 어른스럽다고, 자기 생각과 표현에서 자유롭다고. 오히려 엄마인 내가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러나 아마도 딸의 그런 모습은 엄마에게 나왔을 것이라며, 


 "원래 선생님은 자유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닐까요? 지금껏 상담을 통해서 본 선생님은 타인과 다르게 심미적 감수성을 가졌고, 상상력도 풍부해요. 가진 재능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죠."


나는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받은 부정적인 평가와 내가 하는 것마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되겠냐며, 자기 불신과 불안을 잠재우기를 요구하며 결과를 보여주길 원했다. 그래서 나는 타인이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걸 믿지 못했다. 그냥 빈말이라고 생각했다.


 "전 그 말을 믿을 수 없어요."

 "믿지 않는 건 선생님이 선택한 거죠. 상대방은 자기 생각을 전달했고, 받아들이는 건 자신이죠." 


그랬다. 나는 기를 쓰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기를 쓰고 안 좋은 것만 보려고 했다. 내가 싫어했던 가족의 모습이 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딸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기 원하지 않는다. 나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나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믿기로 했다. 그래야만 나는 딸과 같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딸을 덜 통제하고자 애쓰기로 했다. 나의 통제와 불안에서 내 딸이 벗어나길 원한다. 나와 달리 자유로운 영혼을 간직한 채 살기를 원한다. 나는 이렇게 애쓰며, 내 딸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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