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을 올린지 이제 5일이 지난 시점, 요새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글 마려운' 시점이 온다. 그런 날은 보통 늦게 일어난 날이다. 것도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에 일어나게 된다. 오늘 하루는 여유롭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다시금 부랴부랴 일어나 밥을 먹고 근처 공원을 후다닥 걷고, 저녁 약속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승모근이 뻣뻣해짐을 느꼈다.
회사를 그만두고, 요새 조급함이란 녀석과 자주 인사를 하고 있는데 잊을만하면 까꿍-하고 나타나서 내 승모근을 딱딱하게 만들곤 이성적 생각을 할 겨를 없이 알바몬 어플에 들어가게 만드는 녀석이다. 녀석을 마주할 때면 다시금 조급함에 눈이 가려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이제 시작임을 알고 남은 하루를 꾸려가기 위해 집중한다.
하루를 늦게 시작하다보면 정신도 늦게 깨어져서 보통 저녁이나 밤 시간에 수동뇌가 켜지곤 한다. 미루고 미뤘던 일들을 끝에 가서야 처리한다던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밤 시간에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알맞은 루틴이 있겠는데 밤 시간에 무엇인가를 계획한다는 것은 90% 이상 실제로 이뤄지긴 어려운 것들이다. 약간의 졸림과 함께 수동뇌를 작동하려니 그간의 내 행동 데이터를 싹 다 무시하고 내일부터 갓생을 살 것만 같은 기대감에 부풀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고나면 어김없이 늦잠을 자게 된다. 퇴사 후 이러한 게으름 루틴이 반복되자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전직장을 다닐 때도 아무리 탄력근무제일지라도 늦게 일어나면 기분이 영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말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다짐한다.
어쩌다 한 번 오전 8시에 눈을 뜬 적이 있다. 그때 다시 자기도 그렇고 해서 동네 공원을 산책했는데 산책하고 씻고 아침밥까지 먹었는데도 아직 정오가 지나지 않은 것을 보고 매우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전에 동생이 말하길,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어떤 래퍼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건강한 루틴으로 생활한다고, 그 래퍼 또한 그러한 루틴으로 생활하는 것이 더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일 내가 일찍 일어날지 아닐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글로 표현함으로써 정말인지, 건강한 삶에 한 발짝 다가가고 싶다.
글을 쓰다보면 글의 말미에는 결국 내가 소망하는 바에 대한 결론으로 귀결됨을 느낀다. 현재 시점의 글은 퇴사 후 어느 한 백수가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정도 되려나. 하나의 아이디어 혹은 근사한 계획이 떠오르면 금방 흥분해서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에너지가 샘솟지만, 결국 말을 실제화시키는 것은 꾸준한 행동뿐일 것이다.
다행히 글쓰기는 이제 일주일에 한 번씩 마려운 타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말이 실제화된 것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오늘도 도전이다. 건강한 루틴으로 생활하다보면 결국은 추구하는 방향으로서의 글로 나오지 않을까. 아무튼, 알람은 오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