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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자까 Sep 02. 2022

좋아하는 것은 다를지라도 마음은 나눌 수 있기에

보통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 전 단계를 준비라고 한다. 준비라고 한다면 보통 여행을 떠나기 전 필요한 물품 등을 챙기는 시간 등이 떠오른다. 아니면 이사를 앞두고 이삿짐 등을 싸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여러 종류의 준비 시간이 있을 터이다. 생각해보면 여행을 앞둔 준비시간은 비단 필요한 물품만을 챙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시간은 새로운 장소로 향한 도전에 대한 설렘, 적당한 긴장 등으로 채워질 것이고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면 힐링되는 풍경 속에서 즐기는 여유와 낭만에 대한 기대, 포근함 등으로 채워질 것이다. 직접적으로 그 상황에 뛰어들기 전에 마음가짐 또한 갖추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리듯 요 며칠간 청량한 하늘색과 몇 조각의 구름을 띄워보내는 하늘을 봤다. 하루 중 산책을 하는 시간에 하늘의 색과 가을의 분위기를 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을 본다. 음악 어플에 늦여름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그렇게 걷다 집에 들어오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 글이란 매개체를 통해 이 감성과 생각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촉촉한 감성을 느끼고 나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오늘은 지인을 만나러 홍대입구역 1번출구로 나오는 길, 약속 장소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커다란 빌딩 사이로 비취는 소라색의 하늘을 보았고, 각자 바삐 자신의 일정을 소화하러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홍대입구역에 크게 패션광고를 하는 것도 보고 괜시리 흐뭇해지는 마음이 생겨나기도 했다. 약속장소인 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 사람,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 등 음료를 제조해주는 아르바이트생은 오늘 몇 잔의 음료를 제조한 것인지 '소울리스'의 표정을 지으면서 응대를 하기도 했다. 


지인과 만남을 마무리하고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으려니,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아마 오늘 하루종일 실내에 있었다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을 것 같았다. 카페 내 이런저런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 이는 사뭇 진지하고, 어떤 이는 재미없다는 표정이고, 어떤 이는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울리스의 표정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카페로 들어오기 전 봤던 하늘의 색과 좋아하는 아이돌의 지하철 광고를 떠올리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아마 그런 요소들을 통해 좋은 감정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었을테다. 좋은 감정이 들면 이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런 잔잔하고도 평화로운, 기분 좋은 감정들이 생겨나게 되는 상황 속에 있는 것,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글쓰기 준비시간이 되어준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는 것들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그것이 비단 덜 중요한 것들에 가리워지지 않도록 말이다. 사실 카페 안에서 소울리스의 표정을 지으며 각자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나도 무표정으로 글을 써야할 것 같고, 뒤 테이블에서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는지까지 들리는 말소리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나 싶었다. 하지만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꾸준히 써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찾았을 뿐이었다. 소중한 것들을 뒤로 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게 하는 것이 글쓰기의 준비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소울리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한 두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삶 가운데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조금의 도움이 된다고 더 좋겠다. 결국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 존재들인 우리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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